‘장애인 성학대 의혹’ 색동원 전 시설장 첫 재판…공소사실 특정 공방

피고인 측 “공소사실 특정 안돼”

인천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에서 여성 입소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전 시설장 측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이 특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 강화군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시설장 김씨(가운데)가 지난 2월 4일 2차 조사를 마치고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조사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엄기표)는 10일 시설장 김모씨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김씨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장소나 시기를 이 정도로 넓게 잡을 수 있는지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해주길 바란다”며 “이런 식으로 공소사실을 기재한다면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간과 장소적 특성을 보면 그 시간에 피고인이 범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를 충분히 입증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사건 성격상 국민참여재판을 고려해 보겠다고도 밝혔다. 김씨 측 변호인은 “사건 자체가 장애인단체 등에 민감한 사안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충분히 자기주장을 하고 입증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재판을 기사화하고 언론에서 압박하면 재판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특정 단체가 재판에 압박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증인 신청을 보류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의 진술 자체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다른 객관적 사실로 입증하고자 한다”고 했다.

색동원 전경.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을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특정했다”며 “장애인의 진술 능력과 관련해 공소사실을 얼마나 특정해야 하는지 검토가 이뤄졌고, 관련 판례도 참고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장검증이 필요하다면 협조할 것이고, 피해자들의 진술에 대해 법원에서 전문가 의견조회 방식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공소사실 특정과 관련해 검찰 측과 입장을 같이 했다. 또 “필요하다면 피해자들은 법정에 나와서 증언할 수도 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것은 증인신문 뿐이니 잘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김씨는 ‘할 말이 있는지’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 “없다”고 말하고 법정을 나갔다.

 

재판부는 24일을 첫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7월까지 심리를 마무리한 뒤 8월 말에서 9월 초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생활 지도를 빌미로 여성 장애인들과 강제 성관계를 맺거나 유사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색동원 내 다수의 장소에서 4명의 여성 장애인을 상대로 성폭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드럼 스틱으로 피해자의 손바닥을 34차례 때린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