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백’보다 ‘스크린 몰아주기’ 해소해야…봉준호 등 영화인 581명 성명

봉준호를 비롯한 영화인 581명과 13개 단체가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며 정부와 국회의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는 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026년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와 대책’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는 임권택, 정지영 등 감독들과 박중훈, 이정현, 유지태 등 배우들이 참여했다.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미디어 환경과 산업 구조를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대기업이 극장·배급·제작을 동시에 운영하는 ‘수직 계열화’ 구조가 시장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화인들은 특히 극장 체인의 ‘스크린 몰아주기’ 관행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정 흥행작에 상영관을 집중 배정하면서 다양한 영화의 상영 기회가 줄어들고, 전체 상영 기간도 짧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극장 대신 IPTV나 OTT로 이동하게 되고, 극장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영회인연대

이와 함께 국회에서 논의 중인 ‘6개월 홀드백 의무화 법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다. 홀드백은 극장 상영 이후 일정 기간 다른 플랫폼 공개를 제한하는 제도지만, 영화계는 해당 법안이 오히려 관객의 접근성을 낮추고 투자 회수를 어렵게 만드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법안은 상영 기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람 기회를 차단하는 ‘블랙아웃’에 가깝다”며 “극장에서 오래 상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본질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스크린 집중 제한 제도’ 도입이 제시됐다. 이는 특정 영화의 좌석 점유율을 제한해 다양한 작품의 상영 기회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영화계는 이를 통해 상영 기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투자비 회수와 극장 수익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대규모 투자 지원도 요구했다. 영화계는 정부가 중심이 되는 1000억 원 규모 펀드를 2개 이상 조성하고,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영화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투자 환경이 시장 중심에서 커뮤니티 기반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투자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계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규정하며, 정부와 업계가 조속히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지금이 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실질적인 논의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