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를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이 해협의 또 다른 당사국인 오만이 통행료 징수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9일(현지시간) 오만 관영 알위살 라디오 등에 따르면 사이드 알마왈리 오만 교통장관은 전날 슈라위원회(의회)에 참석해 “오만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어떠한 통행료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통행료 싸움을 넘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글로벌 에너지 동맥’의 통제권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놓고 전개되는 지정학적 힘겨루기다. 오만이 글로벌 해운 질서의 혼란을 막으려한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 우리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알마왈리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은 인간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인공 운하가 아닌 자연 통로”라며 수에즈 운하 등과는 달리 통행료를 징수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란과 미국 등 일부 국가가 특정 국제 해상법 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상태로, 이 때문에 해협 운영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공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란은 협약에 서명은 했지만 비준하지 않았다. 이란이 국제 수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는 것은 엄연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해협의 안전한 통행은 이란과 오만의 ‘선의’라고 주장하며 앞으로 통행료를 받아 재건 비용으로 쓰겠다고 한 이란의 주장에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란의 통행료 부과 행보는 오만의 공식 반대로 인해 국제법적 명분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자유로운 호르무즈 통항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있다”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약 그들이 하고 있다면 지금 중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고 지도자가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수준을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키겠다며 사실상 통행료 부과를 공식화한 것에 대한 불만 표출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ABC방송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이 통행료를 공동으로 징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합작사업(joint venture)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돌연한 입장 변화의 배경은 정확치 않지만, 자유로운 항행이 허용되는 해협에서 이란이 통행료 장사에 나서는 것에 미국이 동조한다는 것은 패권국 지위를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는 일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현실화하면 수입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이 뱃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통행료 징수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항행의 자유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 노력에 적극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이 해협에 가장 밀접하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동아시아 이해 당사국과의 소통을 통해 여론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대응은 빠를수록 좋다. 11일부터 시작되는 미국과 이란의 대면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 보장이 최우선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