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프랑스로 입양을 보내져 입양 부모로부터 성적 학대 등 피해를 입은 김유리(54)씨는 국가에 배상을 신청했지만 약 8개월째 배상결정을 받지 못했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최근 법무부 소관 과에 “해외입양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외에도 국가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며 배상을 신청한 이들은 국가배상 결정을 받기까지 평균 1년 이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배상 의결까지 평균 52.7주 소요
국가에 배상을 신청할 경우 배상결정을 받기까지 평균 1년 넘게 걸리면서 국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구제(救濟)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 지구배상심의회에 접수된 배상신청사건이 신청부터 의결까지 소요된 평균 기간은 52.7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배상법은 지구심의회가 배상신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증거조사를 한 후 심의를 거쳐 4주 이내에 배상금 지급결정 또는 기각·각하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의결까지 4주 이상 소요된 사건은 2만4809건으로, 전체 사건(5만393건)의 절반가량은 법에서 규정한 기간을 넘어 의결됐다.
의결된 사건 중 인용된 사건은 21.8%(5411건)으로, 평균 배상금액은 76만9662원이었다. 의결된 사건 중 56.9%(1만4128건)는 기각됐고 0.9%(246건)는 기각됐다.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사건은 더 오래 걸려
1·2기 진실화해위가 진상규명을 결정한 사건 중 피해자가 신청한 국가배상신청 사건은 총 9건인데, 신청부터 의결까지 평균 55.5주가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9건 중 결정된 건수는 2건 뿐으로, 모두 기각됐다. 7건은 아직 인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계류 중으로, 이 사건들이 의결되는 시점에 평균 소요기간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현재 계류 중인 사건 중에는 지난 2기 진실화해위가 진상규명을 결정한 해외입양 피해자 김유리씨 사건도 포함돼 있다.
김씨는 친생부모가 있었지만 친권자의 입양 동의 없이 위법하게 해외 입양됐다. 김씨는 입양 부모로부터 성적 학대를 포함한 심리적·신체적 학대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2기 진실화해위에서 무릎을 꿇고 진실규명을 호소했다. 2기 진실화해위는 김씨 사건에 대한 조사를 거쳐 지난해 3월 정부가 국내 복지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으로 입양알선기관에 입양 사무를 위임한 채 수십만 명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보내는 과정에서 김씨를 포함한 입양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씨는 지난해 8월 “대한민국 호적사무 담당 공무원은 입양알선기관의 허위 신고를 그대로 수리해 김씨의 ‘고아호적’을 창설했고 이를 방치했다”며 “고아호적 창설로 인해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하고 위법한 해외입양이 이뤄진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배상금 지급결정을 해주기 바란다”고 국가 배상을 신청했다. 그러나 신청이 이뤄진 지 약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김씨 측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상태다.
◆법무장관 “신속 결정” 지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전날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씨의 사건을 포함해 해외입양 관련 국가배상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소관 과에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법무부는 현재 해외 입양 피해자가 신청한 국가배상 사건을 파악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배상신청 사건의 의결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각 지역별로 지구배상심의위원회가 14개 있는데, 각 심의회에서 공익 법무관 1명이 간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배상신청사건의 접수건수가 2022년 대비 2025년 약 40%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는 반면, 담당 인력은 공익법무관 수급 한계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