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서 확 줄어든 美무기고 채우려면 中 핵심광물 절실”… 5월 미중회담 영향 미치나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시선은 다시 전장 밖으로 향하고 있다. 이란의 휴전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것만큼이나 시급한 과제는 5주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소진된 무기와 손상된 방공 체계를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미국이 마주한 현실은 불편하다. 무기고를 다시 채우고 요격망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핵심 희토류 상당수를 중국이 틀어쥐고 있다는 점이다. 5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동 정세와 함께 갈륨·희토류 공급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휴전 이후 협상 국면에 들어선 현 상황을 두고 중동 전쟁으로 미국의 무기가 고갈됐으며, 재건에는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중동 지역에 배치된 레이더 시스템이 집중 타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여러 레이더가 파괴됐거나 최소한 상당한 손상을 입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으로선 휴전 기간 중 방어망 재점검과 함께 부족해진 요격체계, 정밀유도 무기, 탐지 자산의 재비축 계획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무기체계의 핵심 재료 상당 부분이 중국 공급망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레이더와 요격 시스템, 반도체 등에 쓰이는 갈륨은 중국이 가공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위협 탐지와 표적 설정에 필요한 테르븀, 디스프로슘 같은 중희토류 시장도 9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의 수출 통제 가능성에 대비해 자급형 공급망 구축을 추진해왔지만, 실제 생산과 가공 체계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 중동 전쟁으로 줄어든 무기고를 채우는 일은 당장의 과제다.

 

이 때문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중 정상회담에서 전략광물과 안보 공급망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말 부산 회동 이후 일정 수준의 관계 안정 기조를 이어왔지만, 이번에는 중동 전쟁이라는 변수가 새로 추가됐다. 미국은 이란과의 충돌 이후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하고, 중국은 미국의 군수 재정비에 필요한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지렛대를 쥔 형국이다.

 

실제 시장도 이런 긴장을 반영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지난해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갈륨 가격이 최근 한 달 동안 32% 급등했다고 전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폴리티코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쥐고 있다고 보이면 협상력이 생긴다고 판단하게 된다”며 “그 경우 중국은 요구 조건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광물 투자자인 미하일 젤도비치도 “전반적으로 우리(미국)가 취약해졌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그렇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중국이 실제로 이를 노골적인 협상 카드로 사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중국 역시 중동 정세 악화가 달갑지 않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고,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중국 경제에 직접 부담이 된다. 미국보다 페르시아만 석유 의존도가 큰 중국으로선 해협 봉쇄 장기화나 전쟁 재확산이 자국의 에너지 수급과 대외무역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도록 물밑에서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일단 수위 조절에 나섰다. 허야둥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재실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민간 영역의 합리적 수요와 관심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규정에 부합하는 무역은 적극적으로 촉진하고 있다”며 “민간용도 등의 조건에 부합하는 수출 신청은 모두 법에 따라 비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일부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의 1년 유예가 오는 11월10일까지 유지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