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 유발…북측에 유감 표한다” 外 [이 주의 점‘입’가경]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평가받는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은 본래 갈수록 경지에 이르고 흥취가 무르익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태가 갈수록 복잡해지거나, 때로는 어이없고 민망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곧잘 쓴다. 이 코너는 두 의미를 함께 품고, 한 주 정치를 드러낸 정치인들의 ‘입’을 들여다본다. 정국의 향배를 가른 말, 충돌의 불씨가 된 말, 정책의 결을 드러낸 말을 따라가며 그 주 정치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본다.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 “비록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4월 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민간인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직접 북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에 명시적으로 유감을 드러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국정원 직원과 현역군인의 연루 사실이 수사로 확인된 직후였으며, 중동전쟁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반도만큼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북한 김여정 총무부장은 11시간 만에 “국가수반(김정은)은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했다”고 화답해 남북 대화 재개 기대감을 높였다.

 

○ 이재명 대통령 “국정에 혼란을 주는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는 반란 행위나 다름없다.”

 

-4월 6일 청와대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중동 전쟁으로 전시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가짜뉴스가 “전쟁 때 적군이 쓰는 수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책임 있는 정치인조차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지적하며 선제적 스크리닝 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 ‘석유 90만 배럴 북한 유출설’, ‘정부 달러 강제 매각설’ 등 허위정보가 민심을 흔드는 상황이 배경이었다. ‘전시’·‘반란’이라는 강한 표현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와 함께 야권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낳았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지난 6일 대구 중구 선거사무소에서 공천 배제(컷오프) 등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기차는 떠났다”

 

-4월 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대구시장 대신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제안하자 이를 일축하며 한 말이다. 이 전 위원장은 이어 “대구 바꾸라는 민심이 천심”이라고도 했다. 대구시장 공천 갈등이 단순한 컷오프 후유증을 넘어, 국민의힘의 단일대오 자체를 흔드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이후 대구는 김부겸 출마, 이진숙의 독자 행보,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한꺼번에 얽힌 지역으로 굳어졌다. 이번 주 국민의힘 공천 후폭풍을 압축하는 문장 가운데 하나다.

 

○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지금 인천 민심은 처참하다. 당이 후보들에게 힘이 되는지, 아니면 짐이 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4월 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5선 중진 윤 의원은 장동혁 대표 면전에서 “후보자들이 중앙당에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혁신과 변화”라며 비상체제 전환을 요구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기 직전 “이 귀한 시간을 당내 얘기로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다”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147일 만에 열린 현장 최고위에서 대표 면전에 이런 직격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었다. 당 지지율이 서울에서 13%까지 추락하는 상황에서 터진 이 발언은 국민의힘 내부 위기감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보여줬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공천 배제(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행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보수의 재건과 부활을 위해 지금 가장 먼저 치워야 할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이 장동혁 체제다.”

 

-대구시장 공천에서 컷오프된 6선 주 의원은 4월 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 “특정인의 의중과 측근의 계산이 앞서는 당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장동혁 대표 사퇴와 즉각적인 새 책임체제 구성을 요구했다. 공천 탈락에 불복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으로, 지방선거 50여 일을 앞두고 6선 중진이 당 대표 퇴진을 정면 요구한 것은 초유의 사태였다. 이 와중에 장 대표가 14일 미국 출국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며 “선거를 앞두고 너무 한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쏟아졌다.

 

○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공관위가 결정을 미루면서 기존 신청자의 위상과 경쟁력이 쪼그라들었다. 이건 ‘전략’이 아니라 '엽기'다.”

 

-4월 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지사 공천을 신청한 양 최고위원은 공개 회의에서 “공관위 면접까지 마치고 30일을 기다린 끝에 돌아온 것이 추가 후보 공모”라며 지도부를 직격했다. 경북지사 경선 후보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상대 이철우 지사의 법적 리스크를 공개 성토하며,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공천 갈등의 성토장으로 변했다. 이를 보다 못한 장동혁 대표가 “절제와 희생도 필요하다”며 수습에 나서는 장면이 생중계돼 당내 분열 양상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노출됐다.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된 추미애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추미애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준호 의원이 압도적 승리를 위해 함께 해주기로 했다. 든든한 원팀이 완성됐다.”

 

-추 의원은 4월 9일 페이스북에 경기지사 후보 확정 후 현직 김동연 경기지사와 한준호 의원의 선대위 합류를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경기지사 후보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채 공천 갈등을 이어가는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추미애 카드’를 “몇 없는 호재”로 삼아 반격 준비에 나섰으나, 민주당이 먼저 원팀을 구성하며 경기 판세의 주도권을 쥔 형국이 됐다.

 

○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10년의 무능을 심판하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서울에서 반드시 완성하겠다.”

 

-4월 9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칭찬으로 ‘명픽’으로 급부상한 정 전 성동구청장이 3파전 본경선에서 과반을 득표해 결선 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칸쿤 출장 논란, 여론조사 결과 가공에 따른 선거법 위반 논란 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지켜낸 것이다. 같은 날 전재수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되면서 민주당은 서울·부산·경기·전북 핵심 광역단체장 후보를 대부분 결정했다. 국민의힘 내홍과 대조적인 선거 준비 완성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