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의 기원은 고대 로마 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복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개선 장군과 병사들을 환영하고 치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전승과 그에 따른 영토 확장이 황제의 중요한 업적으로 여겨지던 시기인 만큼 개선문은 결국 황제를 기리는 기념물이나 다름없었다. 로마가 유럽의 패권자 지위를 확고히 하고 전쟁이 뜸해진 뒤에도 개선문은 계속 지어졌다. 평화 정착도 곧 황제의 치세 덕분이니 개선문 건립을 통해 그 공덕을 떠받들어야 한다는 논리에서였다.
로마가 멸망한 뒤에도 개선문은 유럽 각국의 전통으로 남았다. 프랑스 제국 나폴레옹 황제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에투알(Etoile·별) 개선문’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1806년 프랑스군이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러시아·오스트리아 제국 연합군을 격파하며 나폴레옹의 권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공사를 시작했다. 무려 30년이 걸려 1836년 완공되었을 때 정작 나폴레옹은 죽고 없었다. 1840년 고국으로 운구된 나폴레옹의 시신이 개선문을 통과해 장지(葬地)로 향했으니 참으로 인생무상이라고 하겠다.
1989년 파리 근교 신도시 라데팡스에 ‘그랑드 아르슈’(Grande Arche·신개선문)가 들어섰다. ‘라데팡스 개선문’으로도 불리는 이 건축물은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지은 것이다. 파리 시내 중심가의 개선문과 일직선상에 위치해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조형물을 동시에 포착한 사진도 곧잘 찍히곤 한다. 지난 3월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특별 공연 당시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무대 세트가 라데팡스 개선문을 연상시킨다는 팬들의 반응이 많아 화제가 됐다.
백악관이 10일 미국 수도 워싱턴 중심가에 개선문을 건설하기 위한 공식 계획서를 미국 국립미술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가 미국 건국 250주년이란 점을 기념하기 위해서인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개선문”이라고 밝혔다. 계획서를 보면 개선문 높이는 약 76m에 달하고 하단에는 4마리의 금색 사자 조각상이 새겨진다. 국방부 이름을 ‘전쟁부’로 바꾸더니 개선 장군을 위한 개선문까지 만든다고 한다. 앞으로 미국이 더 많은 전쟁을 하려는 것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