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 본 ‘무인’ 자율차… 범부처 방문단이 직면한 과제

“중국 베이징의 복잡한 인력시장에 도작했을 때다. 갓길에서 보행자들이 튀어 나오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사이사이를 피해 운전하는 차가 있었다. 능숙하게 비보호 좌회전까지 완벽히 해내길래 자세히 살펴봤더니 운전석에 운전자가 없어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난달 27일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하며 베이징 방문 때 자료를 들여다 보고 있다. 이승주 기자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 국장(사진)은 최근 세종정부청사에서 만난 세계일보 취재진에게 중국 베이징에 다녀와 가장 큰 기술 격차를 느낀 장면이 무엇인지 묻자 ‘무인’을 꼽았다.

 

박 국장은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범정부 자율차 연구단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정부가 중국의 자율주행차 기술실증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8개 부처 합동으로 파견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범부처 차원에서 자율주행 선도국에 연구단을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영우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경찰청 등 20여명으로 구성됐다.

 

◆기술력의 차이는 무인◆

 

박 국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베이징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테크노파크처럼 IT기업이 많이 입주한 구역이 있다. 그 안에서 자율주행 실증을 많이 하더라. 혼잡한 차들 사이로 무인차가 운행 중인 점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자율주행차는 0단계(비자동화)부터 5단계(완전자동화)로 나뉘는데, 중국에서는 이미 무인으로 운행되는 레벨4(고도자동화)차가 운행 중이다. 국내에선 아직 사람이 필요한 레벨3(조건부자동화)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력 차이가 느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독일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레벨4(무인) 성능인증제를 마련해 자율차 상용화를 도모했지만 아직 레벨4에 이른 차량은 없다”며 “중국을 보면서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실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대규모 실증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제도는 앞서갔지만 기술력에서 뒤처진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묻자 ‘과감한 투자’와 이를 테스트해볼 ‘큰 시장’을 꼽았다. 그는 “미국은 빅테크가 있다. 구글∙테슬라 등의 자금 동원력이 어마어마하고 실리콘밸리의 기술력이 뛰어나기에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 중국은 중앙정부가 강력히 자원을 집중 지원하다 보니 인재가 자율주행차 분야에 집중된 느낌”이라고 했다. 우리도 현대차란 뛰어난 기업이 있고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지 않냐고 묻자 “결정적으로 (이를 실증해 볼만한) 미국과 중국 같은 큰 시장이 없었던 것 같다”며 “우리는 자율주행차 기술력이 전 부문에서 고르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도 크다”고 설명했다.

출장 단장인 남영우 국토부 기조실장이 바이두 아폴로 무인 자율주행 차량을 시승하고 있다. 조수석에는 양난 바이두 부사장이 타고 있다. 국토부 제공.

◆안전∙실업 ‘불안’을 불식시키려면◆

 

아울러 시민들의 수용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과연 ‘운전자 없는 차’를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됐겠냐고 되물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불안을 불식시키는 것도 필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기술개발도 중요하고 이를 실증할 시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시민들의 불안을 어떻게 불식시킬 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운전자 없는 차가 신기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안전할까 하는 불안을 어떻게 설득시킬 지도 과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과제로 ‘일자리 불안’을 꼽았다. 그는 “무인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는 것에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많은 운송업계에서 불안해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이 도시 전체를 실험실로 쓰는 것처럼 광주를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해 기술은 물론 서비스 등을 적용해보는 실증의 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 국장은 “기술력을 중요하지만, 다른 양질의 일자리도 확보하면서 (안전 문제 등도) 사회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시민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