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귀환’…월드투어 ‘아리랑’ 포문 연 BTS

‘BTS, 왕들이 돌아왔다.’

 

지난 11일 오후 7시 어둠이 슬슬 내려 앉는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 4만4000여명의 사람들은 밝게 빛나는 응원봉을 흔들며 일제히 ‘BTS’를 연호했다. 그렇게 10분여가 지나 갑자기 검은 복면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붉게 빛나는 연막탄을 들고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어 같은 복장을 한 수십명의 사람들이 뒤따랐으며, 이들의 모습은 훌리건(Hooligan·운동 경기에서 폭력, 기물 파손 등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과격팬)을 연상케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11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을 진행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

그런 수십 명의 사람들 속에서 BTS가 보이면서 신곡 ‘훌리건(Hooligan)’의 무대가 시작됐다. 바로 BTS의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이 포문을 연 순간이다. BTS는 이날에 앞서 지난 9일, 그리고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을 펼치며 4년 만의 완전체 귀환을 알렸다. 이날 공연은 34개 도시에서 총 85회에 걸쳐 진행되는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특히 BTS는 지난달 20일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선보이며 팀의 새로운 챕터인 ‘BTS 2.0’ 시작을 알린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날 공연은 BTS는 물론이고 팬들 모두에게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BTS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연에 가득 담았다. 경회루를 모티브로 한 정자형 파빌리온을 360도 무대 중앙에 설치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연회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무대 바닥은 태극기를 모티브로, 태극의 원형 문양이 중심을 잡고 사방으로 뻗은 돌출 무대는 (乾坤坎離·태극기의 네 괘)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공연 시작 전에는 공중에 설치된 대형 LED에 한지 질감 배경 위에 ‘아리랑’ 가사나 건곤감리가 표현되는 영상을 틈과 동시에 국악기로 연주한 ‘아리랑’을 들려주는 등 한국의 미감과 정서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본격적인 공연에서도 한국적 색채가 풍성했다. ‘아리랑’ 수록곡 ‘데이 돈트 노우 바웃 어스(they don’t know ’bout us)’에서 댄서들이 한국의 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이미지로 스크린 장비에 구현해 선보였다. 또 다른 수록곡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에서는 승무에서 영감받은 커다란 천을 소품으로 사용했다. 특히 민요 ‘아리랑’을 삽입해 큰 화제를 모은 신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서는 LED 깃발과 상모를 떠올리는 LED 리본을 활용해 강강술래를 선보였다. 

오랜만의 복귀라는 점에서 색다름도 가득 담겼다. 통상 뮤직비디오로 공연 시작을 알리는 것과 달리 BTS는 낯선 사람(검은 복면)의 낯선 등장(연막탄)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으며, ‘아이돌(IDOL)’ 무대에선 대형 깃발과 LED 리본 등 다양한 소품을 든 50인의 댄서들과 함께 경기장 트랙을 따라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특히 RM은 가마를 연상시키는 수레를 타고 움직여 눈길을 끌었다.

 

2019년 팬미팅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360도 무대도 색다름을 더했다. 가운데 중앙 원형 무대는 2단으로 더욱 올라갔으며, 올라간 벽면에는 LED를 달아 다양한 영상이 연출됐다. 사방으로 뻗은 돌출무대에 멤버들이 짝을 이뤄 내려가 관객과 더욱 가깝게 호흡했다.

 

BTS는 이날 ‘스윔(SWIM)’ 등 정규 5집 수록곡 12곡을 포함해 총 22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모든 무대가 개성 가득했지만, 압권은 ‘낫 투데이(Not Today)’를 시작으로 ‘MIC 드롭(Drop)’, ‘FYA’, ‘불타오르네 (FIRE)’, ‘보디 투 보디’, ‘아이돌’로 이어지는 무대. BTS 특유의 열정과 패기가 가득한 무대들로, 특히 ‘보디 투 보디’를 할 때는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온 아미들이 민요 ‘아리랑’을 부르며 하나 됨을 보여줬다.

 

글로벌 히트곡 ‘버터(Butter) 무대에선 ‘잔망미’(얄밉도록 맹랑한 매력)가 가득했다. RM은 곡을 설명하면서 “빌보드 거의 10연속 1위. 지나가던 여러분의 옆집 강아지 철수도 아는 그 노래”라고 했으며, 진은 춤을 추면서 카메라를 보며 윙크와 손가락 ‘브이(V)’를 해 아미들을 웃게 했다. 또한 도시별, 회차별 무작위 노래로 선보인 ‘테이크 투(Take Two)’와 ‘DNA’ 무대에선 막춤을 추기도 했다.

엔딩 곡으로 ‘플리즈(Please)’와 ‘인투 더 선(Into the Sun)’을 준비한 BTS는 오랜 기다림을 견뎌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민은 “우리가 투어 공연한 지가 6년 반이 됐고, 앨범이 나온 지 4년이 됐다”며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고 기다려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RM은 “우리가 ‘BTS 2.0’이란 이름으로 노래도 내고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중요한 것 7명이 이 일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점”이라며 “오래 같이 (BTS로)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니까 우리의 변화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정국은 최근 라이브 방송 논란과 관련해 “어떤 상황이든 여러분께 보여주는 모든 행동과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을 꼭 알아달라”며 “다양하고 멋진 모습으로 보답하는 가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BTS는 경기 고양 콘서트를 시작으로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페루, 칠레, 태국 등에서 월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