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40조원 달라”…주주들 “파업시 주가 떨어진다”

삼성전자가 최근 사상 초유의 호실적을 올린 이후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약 45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셈이다. 메모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훨씬 더 많은 규모여서, 산업계 안팎에서는 너무 과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4년 7월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여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후 노조는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하고 40조500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조는 사측에 반도체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의 연간 추정치(300조원)를 감안할 경우 45조원 넘는 성과급을 반도체 직원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별 배당까지 주주들에게 약 11조 1000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노조의 요구안이 현실화하면 지난해 400만 주주가 받은 배당의 약 4배를 7만 7000여명의 반도체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받게 된다. 

 

특히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의 15%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R&D에 투자한 액수(37조 7000억원)보다 많다. 노조가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R&D 강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강화에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지나친 ‘한탕주의’에 빠져 회사의 성장을 저해하는 꼴”이라며 “차세대 기술 및 설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40조원이면 쟁쟁한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나 AI 업체를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규모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할 때 들인 돈은 약 10조3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인수한 하만 인터내셔널의 가격은 당시 약 9조원, 2025년 인수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업체 플랙트 그룹은 2조4000억원 이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95%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TV·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DX부문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우려된다.

 

DX부문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기존보다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다.

 

삼성전자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가입자 7만여 명 중 DS부문 소속이 5만5000여 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노조가 반도체 부문 보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지난달 교섭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오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보한 수주 기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총파업까지 이어지지 않고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