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휴전 중인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11일(현지시간) 첫 대면 협상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미·이란이 심도 있게 협상 중이라면서도 타결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이미 전쟁의 성과를 거뒀으니 타결이 되지 않아도 이긴 것이라는 논리로, 협상에 대한 기대를 낮추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란 정부는 엑스(x)를 통해 “파키스탄의 중재 하에 진행된 미국과 이란 간 회담이 14시간만에 종료됐다”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한 미국과 이란간 밤샘 마라톤 종전 협상이 파키스탄 현지시간으로 12일 새벽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미국 측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뉴욕타임스(NYT)는 파키스탄 시간으로 12일 오전 4시가 넘은 시점에도 J D 밴스 부통령을 대표로 하는 협상단이 이란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양측 실무팀이 현재 전문적인 문서를 교환 중”이라며 “일부 이견이 남았지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현지 시간으로 11일 오후 5시30분 협상을 시작해 중간 휴식 등을 거쳐 총 3라운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란 측에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이 대표단을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사저가 있는 미 플로리다주로 떠나기 전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우리는 이란과 매우 심도 있게 협상을 하고 있다”며 “타결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과 합의가 되는지는 내게 상관 없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가 이긴 것”이라며 대이란 군사작전의 성과를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미국에 충분히 유리한 협상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감안해 기대를 축소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관련해 중국이 이란에 무기를 보낼 경우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군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에 맞춰 호르무즈해협에서 군함을 통과시키며 기뢰제거 작전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두어개의 기뢰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는 (그 곳에) 기뢰제거함이 있다. 우리는 해협을 훑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해협을 여는 것”이라며 “우리는 (호르무즈해협을) 쓰지도 않는데 겁먹었거나 약하거나 인색한 전세계의 많은 나라가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국들이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만 전쟁에서 돕지 않았다는 불만을 재차 표현한 것이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을 돕지 않은 나라들로 한국, 일본, 호주 등 특정국을 거론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국가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크고 아름다운 유조선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고 우리는 석유와 가스를 실어주고 있다. 꽤 아름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란 전쟁 와중에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각국이 미국을 포함한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는 상황을 일종의 성과로 내세운 셈이다.
이날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의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다”면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고 발표해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응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