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공황장애도 살핀다”… 마음의 병 품는 보험사들 [마이머니]

정신질환 담보 상품들 눈길

우울증 110만·불안장애 90만명 육박
교보라플, 신규 ‘멘탈케어’ 보험 출시
예방·사후관리… 4000원 미만 보험도

현대해상, ADHD·중증 틱장애 보장
한화손보, 여성 수면·섭식장애 특약
“보험금 청구 객관성 입증 등은 과제”

정신질환이 현대사회의 주요 질병으로 부상함에 따라 보험업계의 보장체제도 재편되고 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번아웃 등 이른바 ‘마음의 병’을 앓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과거 보장의 사각지대였던 정신질환을 주계약이나 주요 특약으로 담보하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단순한 진단비 지급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예방과 사후관리를 결합한 전용 상품까지 등장하며 소비자의 실질적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세분화되는 특약·보장 연령 확대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최근 자사 헬스케어 플랫폼 ‘라플레이’를 통해 공황장애와 번아웃 증후군을 보장하는 신규 멘탈케어 보험을 런칭했다. 기존 보험상품들이 주로 신체 질환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현대인의 고질적인 스트레스와 직결된 정신건강 영역으로 보장범위를 넓혔다. 단순 진단비 지급에 머물지 않고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질환의 예방부터 지속적인 사후관리까지 지원하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에 선보인 ‘공황장애 교보라플 실속보험’과 ‘번아웃 교보라플 실속보험’은 가입 문턱을 낮춘 소액 단기보험(미니보험) 형태다. 30대 여성 기준 4000원 미만의 보험료를 한 번만 납부하면 향후 1년간 관련 질환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보장 내용은 특정 공황장애 또는 우울 에피소드(2주 이상 지속하는 우울 증상)로 진단 확정 시 각각 1회에 한해 10만원의 진단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단순히 보험금 지급에 그치지 않고 가입자가 자사 앱 내에서 심리검사를 받거나 맞춤형 마음 관리 콘텐츠를 상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사후 보상보다 사전 예방과 관리에 중점을 뒀다.

◆치료비 부담에 커지는 보장 수요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기존 건강보험에 정신질환 관련 특약을 탑재하며 보장범위를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여성 특화 상품인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을 통해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장애 및 특정 정신질환 진단비를 비롯해 섭식장애 관련 검사비와 입원 치료비까지 보장한다. 여성 고객이 일상에서 겪기 쉬운 정신적 피로도를 반영해 맞춤형 담보를 구축했다. 롯데손해보험의 ‘언제나 언니보험(앨리스)’ 역시 정신질환 치료비를 보장하는 전용 특약을 제공하고 있다. 우울증 등 특정 정신질환 진단일로부터 1년 이내에 90일 이상 관련 약물을 처방받을 경우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성인을 넘어 성장기 자녀를 위한 어린이보험 시장에서도 정신건강 관련 보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어린이보험 시장 점유율이 높은 현대해상은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Q’ 특약을 통해 영유아 및 청소년기에 발생 빈도가 높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중증틱장애 진단비 등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현대해상을 비롯해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등 주요 손보사들은 이처럼 자녀가 성장하면서 겪을 수 있는 정신적 리스크를 대비해 진단비 담보를 마련하고 있다. 각 사의 특약 구성에 따라 조현병이나 강박증, 공황장애 등 장기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의 치료비까지 보장범위를 넓히며 전 연령대에 걸친 정신질환 보장이 구축되고 있다.

◆통계 부족·도덕적 해이는 과제

보험업계가 정신질환 보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급증하는 환자 수와 이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2024년 기준 110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안장애 환자 수 역시 90만명에 이르며 2020년 대비 약 20% 급증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신건강 악화가 개인의 질병을 넘어 취업 지연, 경력 단절, 노동 생산성 저하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적절한 치료로 이어지는 데에는 경제적 장벽이 주요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발표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과 정책 수요’ 조사를 보면 응답자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면서도 실제 상담이나 진료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건강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지원을 묻는 항목에서 다수의 응답자가 ‘진료비 등 비용 부담 완화’를 지목했다. 치료비 지출에 대한 소비자의 현실적인 고민이 소액 단기보험이나 건강보험 내 관련 특약에 대한 수요 확대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관련 상품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신체질환과 달리 정신질환은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진단이 달라질 수 있어 보험금 청구의 타당성과 객관성을 입증하기 까다롭다.

정신질환 특성상 만성적이고 재발 우려가 높음에도 아직 보험사 내부적으로 관련 경험 통계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정밀한 손해율 측정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또 가입 당시 정신질환 치료 이력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도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보험연구원 김경선·조재일 연구위원은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보험의 역할 강화’ 리포트에서 “보험상품 설계 시 정신질환에 따른 보장기준을 더 세밀하게 나누고 제도 악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