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대 노점상 인도 점령… 차·사람 ‘아찔통행’

외국인들 “특별한 K문화” 발길
“지하철역 입구 인파 몰려 위험”

마포구 소극적 단속에 갑론을박
84% 자진정비 통보… 과태료 5%
“상생거리 등 적극적 대책 필요”
“노점상들이 길에 늘어서 있다 보니 주말처럼 사람이 많은 날엔 지하철역 앞에서 인파가 정체돼요.”

 

20대 남성 A씨는 9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근처에서 기자에게 “사람도 사람이지만 차들이 다니기 힘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대 번화가와 인접해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손꼽히는 이곳은 평일인데도 행인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7일 오후 8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차도에 불법 노점상들이 줄지어 영업하는 가운데, 보행자와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보행자가 지나는 인도 바로 옆 차도 한편에는 먹거리나 의류를 판매하는 노점상 8개가 줄지어 섰다. 행인들과 관광객들은 노점상에서 발길을 멈추고 음식을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을 먹거나 주문을 위해 노점상 앞에서 대기하는 이들 옆으로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바로 앞에 노점상이 서 있다 보니 보행자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인근을 지나가던 홍유진(31)씨는 “복잡해서 일부러 9번 출구가 아닌 다른 역 출구를 이용한다”며 “원활한 통행을 위해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씨도 “사람들이 지하철역 입구부터 지체되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로 사람들이 꽉 끼어서 안전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실제 마포구엔 노점상 관련 민원이 지난해 6549건 접수됐다.

 

반면 외국인들은 노점상을 ‘한국 문화’로 인식하고 즐기기도 했다. 음식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던 스페인 국적 마누엘(25)씨는 “(노점상은) 한국에 온 관광객으로서 경험하고 싶었던 특별한 문화”라고 했다.

행인의 안전과 노점상 상인들의 생계, 관광 문화 사이 균형을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마포구는 소극적 대처에 머무르고 있다.

 

마포구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실적은 1만5173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84.1%(1만2760건)는 자진정비 통보 조치만 했다. 계고장을 발부한 경우는 10.8%(1638건)로 나타났다. 과태료를 부과(4.9%, 705건)하거나 강제수거(0.5%, 70건)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한 건 5%대에 그쳤다. 과태료 징수율은 2023∼2024년 각각 80%대에서 지난해 40%대로 뚝 떨어졌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마포구가 노점상을 양성화하는 등 관리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20대 여성 문모씨는 “주변에서 합법적으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이 억울하지 않으려면 불법 노점상을 운영하면서 얼마를 벌고 얼마를 탈세하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인근 상인 B씨도 “없었던 게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있었던 노점상이 양성화되는 건 괜찮다”며 “수십년 있었던 걸 하루아침에 없애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종로구는 돈화문로11길 등 일부 지역을 ‘상생거리’로 지정해 상인회와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합법화한 노점은 도로 점용료를 의무화하고 구청과 상인회가 안전 관리, 환경 정비에 나선다. 마포구 관계자는 “마포구에서는 12개만 특허 매대로 설치돼 있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인데, 건물주나 상인들의 반발로 인해 양성화가 쉽지 않다”며 “구는 기존에 있던 노점상은 자진정비를 계도하고, 새로 생기는 노점상들에 대해서만 강력한 대집행 조치하는 ‘거리가게(노점상) 증가 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