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에도…"韓, 성장률 1.0%로 급감할 것” 경고음

4월 초순 수출액 250억 달러 넘어
월 초순 기준 역대 최대치

역대급 증가세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佛 투자은행 “아시아에서 최악 시나리오 전개
공급 충격 고려해 성장 전망 대폭 낮춰”

반도체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이달 초순(1~10일) 수출액이 250억달러를 넘었다. 이는 월 초순 기준 역대 최대치다. 중동 사태 영향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원유 등 에너지 수입액도 13% 넘게 늘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으로 수출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중동 사태가 발목을 잡으면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로 급감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25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7% 늘었다. 종전 최대였던 3월1~10일 실적(217억달러)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이달 초순 조업일수는 작년과 같아 일평균 수출액(29억7000만달러)도 36.7%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86억달러로 152% 증가하며 월 초순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10일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올해 1월 46억달러에서 2월 67억달러, 3월 76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34.0%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6%포인트 커졌다.

 

이 밖에 석유제품(38.6%), 선박(26.6%) 등도 증가했다. 반면 승용차(-6.7%)와 자동차 부품(-7.3%)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63.8%), 미국(24.0%), 베트남(66.6%), 유럽연합(8.4%), 대만(68.3%) 등에서 수출액이 증가했다.

 

이달 초순 수입은 221억달러로 12.7% 늘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29.7%), 원유(8.7%), 반도체 제조 장비(77.9%) 등이 증가했고, 기계류(-7.4%)는 감소했다.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3.1% 증가했다. 특히 원유 수입액은 2월 20억 달러, 3월 23억 달러에 이어 4월 28억 달러로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환율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이 수입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3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의 ‘역대급’ 증가세에도 올해 한국 경제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틱시스는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0%로 0.8%포인트 내렸다. 블룸버그 집계에 포함된 국내외 40여개 기관 중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 초반까지 끌어내린 것은 나틱시스가 처음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경제전망때 제시한 2.0%의 반토막 수준이고, 지난달 말 성장세를 하향 조정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1.7%)보다 0.7%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 기관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 국가들이 중앙은행들이 도울 수 없는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공급 충격을 고려해 성장 전망을 대폭 낮췄다"며 "아시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틱시스는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8일 다른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에도 수입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 때문에 GDP에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을 비롯해 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다”며 “정부가 비용을 흡수하면 재정 적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0.4%포인트 낮췄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에너지 순수입 대국으로서 한국은 중동 위기와 그에 수반되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에 크게 노출돼 있다”면서 “그 결과 나타나는 교역 조건 충격은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여 정책 전망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더 높은 에너지 비용이 소비 지출과 투자를 짓누를 것”이라며 “이런 역풍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낮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