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느긋하게 살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성격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단순히 느긋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신중하고 계획적이며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하는 성향이 장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500명 장기 추적…‘성실한 성격’ 더 오래 살았다
14일 보건당국 자료와 국제 학술 연구 등에 따르면 성격과 생활 방식이 수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이 1920년대부터 약 1500명을 추적한 장기 연구를 분석한 결과,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실성은 계획성, 책임감, 자기통제 등을 포함하는 성격 특성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성향이 직접적으로 수명을 늘린다기보다 흡연을 피하고 식습관을 관리하는 등 건강한 생활을 꾸준히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이는 느긋한 성격 자체보다 평소 관리 방식이 수명과 더 밀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오래 앉아 있을수록 수명 짧아진다…WHO 경고
앉아 있는 시간도 수명과 관련된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좌식 시간이 많을수록 사망과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이 25세 이상 성인 약 1만명을 분석한 결과, TV를 1시간 시청할 때마다 기대수명이 약 22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실제 수명 변화를 관찰한 결과가 아니라 통계 모델을 기반으로 한 추정치로,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 25년 추적…지중해식 식단, 사망 위험 낮췄다
식단 차이도 결과를 갈랐다. 2024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약 2만5000명의 여성을 25년간 추적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더 잘 지킨 집단에서 사망 위험이 약 20% 이상 낮게 나타났다.
지중해식 식단은 과일, 채소, 견과류, 통곡물, 올리브오일 등 불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런 식사가 염증과 대사 관련 위험 요인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 일상 속 짧고 강한 활동, 운동 효과로 이어졌다
운동은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효과를 볼 수 있다. 2022년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성인에서도 일상에서 짧고 강한 신체 활동을 자주 할수록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을 빠르게 오르거나 짧은 거리라도 속도를 내 걷는 식으로 몸을 움직이면, 굳이 시간을 내 운동하지 않아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일본 오키나와 등 전 세계 장수 지역을 분석한 ‘블루존(Blue Zones)’ 연구에서도 헬스장 운동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생활 방식이 공통된 특징으로 꼽힌다.
◆ 인간관계도 변수…고립될수록 사망 위험 높아졌다
사회적 관계도 장수와 무관하지 않다. 2015년 미국 브리검영대 줄리앤 홀트-룬스타드 교수 연구팀이 약 34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메타분석에서는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독거가 32%, 사회적 고립이 29%, 외로움이 26%로 나타났다.
2023년 90개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모두 전체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보건당국도 사회적 단절이 심혈관질환, 우울, 치매뿐 아니라 조기 사망 위험과 연결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건강 관리뿐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