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수난의 역사 유대감… 韓·폴란드 미래지향 ‘밀착’

李 대통령·투스크 총리 정상회담

李 “국토·주권 상실 아픈 역사 극복”
투스크 “양국 핵심 키워드는 신뢰”
가치·전략 공유 동반자 관계 재확인
방산 넘어 첨단기술·에너지 등 협력
인프라 사업·인적 교류 확대 활성화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방산을 넘어 첨단기술·에너지·인프라 등 미래지향적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넓히며 양국 관계를 한층 밀착시켰다. 두 정상은 민주주의와 주권 수호라는 공통의 역사적 경험을 강조하며 정서적 유대도 부각했다. 단순한 실무 협력을 넘어 가치와 전략을 공유하는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고, 미래 분야로 협력 외연을 더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청와대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공식 오찬 환영사에서 “폴란드와 한국은 참 닮은 점이 많다”며 “두 나라는 80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국토와 주권이 상실된 아픈 역사의 기억 앞에서 하나로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김광균 시인이 쓴 ‘추일서정’의 문구인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를 인용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폴란드 모두 국권 침탈이라는 수난을 극복하고 불굴의 의지로 희망의 새 역사를 써내려 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 이어 오찬에서도 ‘민주주의’를 양국의 공통분모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투스크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총리님이나 저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민주주의자라는 사실”이라며 “양국 간의 우정과 연대가 앞으로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투스크 총리는 “우리는 동일한 이해 관계뿐만 아니라 동일한 가치관을 갖고 미래를 함께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유유상종’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 폴란드 속담을 현지어로 소개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역사적 유대감과 문화적 친근감이 있었기에 한국과 폴란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시간 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남색 바탕에 폴란드 국기색인 흰색과 빨간색의 사선 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서 협력과 존중의 의미를 담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날 회담은 양국 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데도 방점이 찍혔다. 양국은 에너지 공급망과 인프라, 과학기술 등으로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폴란드 내 한국 전기차 배터리 투자 기업들이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에 본격적인 진출을 시작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투스크 총리께 우리 기업들에 대한 폴란드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폴란드 내 주요 인프라 구축 사업인 신공항 연결 사업 및 바르샤바 트램 교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스크 총리의 각별한 관심을 요청드렸다”며 “아울러 양국 간 협력이 수소, 나노·소재, 우주 등 첨단과학 기술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 간 공동연구 및 인적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고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韓·폴란드 “건배” 이재명 대통령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3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이후 진행한 공식 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그간 쌓아 온 두터운 신뢰를 기반으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투스크 총리는 식품·투자 등 경제 협력을 언급했다. 투스크 총리는 “양국 협력 관계에 있어 핵심적인 키워드는 ‘신뢰’라고 생각하고 특히 안전과 국방 분야에 있어 협력하는 데는 신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농식품 분야와 관련해서도 신뢰가 중요하고, 그뿐만 아니라 최첨단 기술 부분에서 협력하는 데 있어 많은 부분을 서로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며, 특히 서로 투자환경에 있어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말씀드렸다”고 했다.

 

안보 및 한반도 문제에 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투스크 총리와 저는 무엇보다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양국이 각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쓰는 동시에 세계적인 차원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폴란드 정부의 지지에 사의를 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