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종전 협상이 21시간 만에 결렬된 것은 결국 핵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양측의 ‘레드라인’ 충돌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해협 개방을 요구했고, 이란은 해협 통제권과 전쟁 배상을 고수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조기 합의는 불발됐지만, 후속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회담 전 이란에 제시한 레드라인을 공개했다. 미국은 이란에 △모든 우라늄 농축 중단 △핵농축 시설 해체 △고농축 우라늄 400㎏ 회수 △하마스·헤즈볼라·예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호르무즈해협 전면 개방 및 통행료 미징수 △역내 우방국을 포함하는 안보·긴장 완화 프레임워크 수용 등을 요구했다. 핵 관련 내용을 포함한 대부분이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CNN은 “미국이 내건 조건 대부분이 이란이 전쟁 전부터 거부해 온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란의 레드라인은 미국의 요구와 정면충돌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인정 △전쟁 종식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 △전쟁 피해 배상 등을 담은 10개 항 구상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렬의 책임을 이란의 ‘핵 야욕’으로 돌리면서도, 결국 이란이 다시 돌아와 미국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들이 핵 야욕 포기를 거부했다는 점만 빼면 우리가 필요로 했던 거의 모든 지점을 얻어냈다”면서 “그들이 돌아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 것이라고 예측한다. 나는 모든 것을 원한다. 그들에게는 카드가 없다”고 압박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애초에 이번 협상이 타결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중민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협상은 충돌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작됐다”며 “협상 초기부터 전제 조건을 둘러싼 견해차가 컸다”고 지적했다. 협상 의제가 호르무즈해협 항행 안전, 이란 핵 프로그램, 중동 지역 분쟁, 이란 해외 자산 동결 해제 등으로 복잡해 단기간 내 타결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후속 협상 가능성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이 국제법의 틀을 준수한다면 합의 도달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협상 지속 의사를 내비쳤다. 협상 개최국인 파키스탄의 이샥 다르 외무장관도 “앞으로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