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초반에 몰아서 하는 ‘조기 감축 방식’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이 같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 개정에 착수했다. 산업계에서는 탄소 저감 기술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무리한 목표가 설정됐다며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공론화위원회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공론화위는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을 앞두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꾸려진 기구다.
공론화위는 지난달 28일, 지난 5일 두 차례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설문은 만 15세 이상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대표단 312명과 15세 미만 미래세대 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 경로(속도)’와 관련해 시민대표단·미래세대 모두 ‘초반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시민대표단의 77.9%, 미래세대의 75.0%(2차 조사 기준)가 이른바 조기 감축 방식에 동의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지금보다 감축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매년 일정하게 감축하는 방식에 동의한 비율은 시민대표단 19.9%, 미래세대 17.5%에 그쳤고, 후반부에 감축을 몰아야 한다는 응답은 시민대표단 2.1%, 미래세대 2.5%로 극소수였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경우, 시민대표단의 39.1%는 ‘전 세계 평균감축률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031∼2049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제시하는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전 지구적 감축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미래세대는 50.0%가 ‘전 세계 평균감축률보다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답해, 시민대표단보다 더 적극적인 감축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온실가스 감축 이행 방안’의 경우,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가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 수단에 다소 차이를 보였다.
시민대표단의 경우, ‘매우 동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항목이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기술·제품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76.3%)였다. 반면 미래세대는 ‘탄소중립 과정에 피해를 받는 지역·산업·노동자를 지원해야 한다’(75.0%)는 데 가장 큰 공감대를 보였다. 설문은 자기기입식 대면면접조사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55%포인트다.
국회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위성곤 기후위기특위 위원장은 “올해 5월 안에 법 개정안을 마련해 본회의를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2030년까지만 제시돼 있고, 2031∼2049년 목표는 누락된 것이 지속적 탄소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2024년 헌재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하면 산업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철강·석유화학업계는 “설비 개조에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보조금이나 전기료 감면 같은 대안이 없다면 감축은 곧 생산 축소”라고 말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데 초기 감축 속도를 더 높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