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여러 교권 보호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현장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8시44분쯤 충남 계룡의 한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3학년 A군이 30대 남성 교사 B씨를 향해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렀다. A군은 범행 직후 도주했으나 5분 만에 경찰에 자수해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B씨는 중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날 A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 결과 A군이 중학생이던 시절 B씨가 학생부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B씨가 본인만 유독 더 강하게 지적했다고 믿으며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B씨가 지난달 해당 고교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계속 마주치자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재에 나선 학교 측이 대안학교 위탁교육을 제안해 A군은 지난 6일부터 천안에 있는 대안학교로 등교 중이었다. 사건 당일에도 대안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A군은 학교를 찾아 교장에게 B씨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이후 교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교사를 상대로 한 학생의 폭력 사건은 매해 꾸준히 발생 중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경기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도 2학년 남학생이 체육 수업 중 여성 교사를 폭행, 전치 6주의 중상을 입고 응급실에 이송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엔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남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를 쥔 손으로 여성 교사의 얼굴을 가격하는 일이 벌어진 바 있다. 이 학생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던 중 이를 지적하는 교사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7월 발생한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며 ‘교권 보호 5법’이 마련됐지만, 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은 크게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도서관의 지난해 ‘데이터로 보는 교육활동 침해와 교원 보호’ 보고서를 보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침해 행위는 2020년 1197건에서 2023년 5050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교원 대상 상해·폭행으로 분류되는 침해 행위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학생에 의한 상해·폭행은 2020년 106건에서 2021년 231건, 2022년 347건, 2023년 488건, 2024년 502건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교원단체들은 현행 법·제도가 교원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다며 즉각적인 보호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해 학생에 대한 엄벌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지난주 경기도 중학생 여교사 폭행 사건에 이어 교사를 상대로 한 폭력범죄 행위가 또다시 발생해 참담하다”며 “교육당국은 무엇보다 피해 교사에 대해 보호·회복에 모든 지원을 다하는 한편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교사노동조합도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교권 침해를 넘어 생명을 위협한 중대 범죄로 교육활동 보호체계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며 “결국 위험을 인지하고도 개입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며 사후 대응 중심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교사노조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처벌이 약화돼선 안 되며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이 엄정한 수사와 처벌에 나서야 한다”며 “교육청도 수사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사건이 엄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현재 학생 간 학교폭력은 조치사항이 학생부에 기록돼 입시 등에 반영되지만, 교사를 폭행해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아도 학생부에는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다”며 “중대 교권 침해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경기교총 회장도 “교사가 안전하지 않은 교실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은 결코 보장될 수 없고,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내놓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교권 회복이야말로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끄는 기본 전제임을 잊지 말고 중대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 장치를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