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40일을 넘기며 장기화하자 중동 산유국들이 우리나라의 석유 비축기지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석유 비축기지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중동 쪽에서 동북아 비축기지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한국석유공사 제공
양 실장은 그 이유에 대해 "중동 국가들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우리나라 이상으로 타격을 받는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은 원유 수출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유국들 입장에서는 원유를 해협 밖에 미리 두고 나중에 팔 수 있다면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특히 동북아 비축기지를 활용하는 데 대해 관심이 많고 (우리 측에도)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미 우리나라와 국제공동비축사업 계약을 맺은 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 외에도 중동의 다른 산유국들도 한국을 '역외 석유 비축기지'로 검토하며 접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 실장은 "이미 알려진 UAE 외에 다른 나라가 더 있다고만 말씀드리겠다"며 구체적인 국가명은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국제공동비축사업은 산유국 등 해외 기업의 석유를 한국석유공사의 유휴 비축시설에 보관해주고 임대료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특히 수급 위기 발생 시 우리 정부가 해당 물량을 먼저 살 수 있는 우선 구매권을 확보함으로써 국내 석유 수급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양 실장은 이러한 국제공동비축사업이 국내 에너지 안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록 우리 비축량으로 잡혀 있지는 않지만, 그들 물건이라도 우리 마당에 들어와 있고 국내 정유사들이 그 수요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으로 국내 비축량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대체 원유 물량 확보 과정에서도 이러한 국제공동비축사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실장은 "대체 물량 확보 과정에서 일방적인 요청만 하기는 어렵다"며 "대화 과정에서 우리 기지 활용이 언급되며 협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