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오영훈 지사가 민선 8기 핵심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무산을 가장 아쉬워했다.
오 지사는 14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초단체가 없는 것이 도정 운영에 상당히 버거웠다”며 “사무가 법적으로 기초, 광역, 국가 등 세 가지 틀로 돼 있는데 이를 동시에 다 잘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구조다. 이 구조를 조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행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법률과 제도에 의해 처리하는 것이 아닌 정성을 들여 어울리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민원을 해소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 된다. 우주산업, 에너지대전환 같은 산업을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설계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는데…”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특별자치도 체계는 기초사무에 대해 전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도청 공직자들도 기초-광역 사무가 혼재돼 있다. 도청은 기획에 집중해야 하는데, 부분적으로 집행까지 하고 있다. 행정시도 하위직 공무원 대부분은 도정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런 구조가 맞는지 궁금하다. 도정의 정책을 행정시가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피력했다.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꼽은 섬식정류장과 관련해서는 “정책 주체 입장에서는 대단히 혁신적인 사업이었다”며 “인도 폭을 줄이지 않고, 가로수를 베어내지 않고도 가능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5월 버스 속도 향상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제주시 서광로에 섬식정류장과 중앙버스전용차로 등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개통했다. 하지만,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오 지사는 “(버스를) 타시는 분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자가용을 이용하는 도민들이 불편해 하면서 정책 체감도가 낮아졌다”며 “섬식정류장은 외관상 돈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식 정류장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섬식정류장을 이용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왜 과도하게 예산을 투입해 보여주기식 사업을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더 치밀하게 살피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일부 정체된 (서광로 BRT)구간은 버스베이(버스 정차를 위해 인도 쪽으로 차선을 넓힌 공간)가 만들어지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과를 낸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민선 9기에서) 대부분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설계는 잘 돼 있는 만큼 정책을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기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30대 중반부터 정치인으로서 쉼없이 달려왔다. 도의원와 국회의원을 지내고 도지사까지 해보고 싶은 것은 다했다”며 “미련은 없고, 만약 다른 일을 생각하게 된다면 도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서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지사는 “남은 두 달 반의 민선 8기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끝까지 책임을 다하면서 성과는 성과대로 보완하고, 개선할 것들은 정리해 민선 9기로 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