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가 청소년수련관 건립 예정 부지에서 대규모 불법 매립 폐기물을 발견하고도 ‘전량 수거’ 대신 ‘공사 구간 내 우선 처리’를 고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 부족과 공기 지연을 명목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불법을 묵인·방치한다는 비판과 함께 주민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1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산시가 2022년 4월 매입한 옛 대구미래대학 부지 내 연면적 5214㎡에서 터파기 공사 중 폐콘크리트, 폐아스콘, 폐토석 등 불법 폐기물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시는 긴급 시험 굴착 결과 폐기물이 인근 부지를 포함한 전체 면적(약 1만4288㎡)에 광범위하게 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매립 추정량은 10만t, 처리 비용만 190억원으로 추산됐다. 시는 당시 시비를 들여 선(先)처리 후 부지를 매도한 애광학원에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었으나 시교육청의 기본재산 매도 허가 등 복잡한 절차 문제로 청소년수련관 건립을 결국 포기했다.
시는 주민 성화에 등 떠밀리듯 지난달 재착공에 들어갔지만, 부지 내 전량 수거 대신 ‘공사 구간 내 우선 처리’라는 땜질식 처방을 내놨다. 또 굴착 깊이인 2m 이내만 치우고, 그 아래 심부층 폐기물은 그대로 묻어두기로 해 사실상 오염원을 방치하는 ‘반쪽 공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와 환경단체도 시의 이런 ‘알고도 덮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폐기물을 쌓아둔 후 그 위에 흙을 덮어 고착하는 행위 자체를 ‘매립’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장세훈 더프라임 변호사는 “공사 중 대규모 폐기물의 존재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방치하거나 흙덮기 등으로 은폐하면 지자체와 건설사가 불법 매립의 주체로서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도 폐기물 방치 시 발생할 환경 오염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하에 매립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침출수가 외부로 유입될 경우 청소년수련관 주변의 수질은 물론 토양까지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어 향후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