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여니 담 아래 핀 제비꽃과 사랑을 나누던 푸른부전나비가 놀라 화들짝 날아오른다. 앗, 미안! 꼬마 요정들같이 작고 예쁜 나비들. 전체 나비 종 수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종류도 다양하고 사는 모습도 다양한 나비목 부전나빗과 나비들. 정말 반갑다. 안 그래도 오늘 나비들을 만나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가려던 참인데.
오늘 내가 만날 나비는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네발나빗과에 속하는 대형나비, 모르포나비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가면 그 나비들의 표본이 진열돼 있어(‘모르포’가 아닌 ‘몰포’로 표기되어 있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가 있다.
내가 이 나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파란색 때문이다.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가 평생 살았던 집. 지금은 프리다 칼로 박물관이 된 파란 집(카사 아술), 그 집을 보는 순간, 모르포나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 듯이 프리다 칼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정말 드라마틱한 삶을 산 화가다. 어릴 때부터 앓은 소아마비와 십대 때 당한 교통사고로 32번이라는 큰 수술과 함께 많은 시간을 침대에 누워 보내야 했다. “나는 나를 그린다. 내가 잘 아는 주제가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녀의 그림은 대부분 자화상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녀는 멕시코에선 악귀를 쫓는 색인 파란색으로 집을 칠하고, 그 안에서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열정적으로, 꿋꿋하게 삶과 예술을 찬란하게 꽃피우고, 찬란하게 극복해 낸 놀라운 의지의 여성 화가이다. 그녀가 마지막 그린 ‘수박’ 그림에 적힌 글귀, “인생이여, 만세(비바 라 비다)!”라는 그 글귀 아래 “프리다 칼로, 만세! 만만세!”라고 덧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프리다 칼로의 그 파란 집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침대, 생애 대부분을 누워서 보낸, 그 침대 천장 안쪽에 고정돼 있는 나비 표본 액자였다. 그녀의 연인이자 친구였던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가 선물한 나비 표본들.
그녀는 누워서 그 나비들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현재를 딛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그때 그린 자화상 중 ‘가시목걸이와 벌새를 가진 자화상’(1940년)을 보면 그녀의 머리 위에 날개를 활짝 편 두 마리의 모르포나비가 그려져 있다.
그녀의 날개 역할을 한 파란 나비. 프리다 칼로의 인생과도 너무나 닮은 아름다운 나비! 그 나비를 보러 서대문자연사박물관으로 간다. 그리스어로 ’변신‘을 뜻하는 그 나비를 보면서 한순간이나마 나도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파란 나비로 변신하고 싶어서!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