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트럼프의 신성모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4년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총격 암살 기도에도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당시 경호 요원들에 둘러싸인 채 오른쪽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린 모습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신이 구한 영웅”이란 서사가 더해졌고, 트럼프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스스로 장로교도라고 밝힌 바 있다.

복음주의 개신교와 보수 가톨릭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통적 우군이다. 이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출범시킨 2016년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고배를 마신 2020년 대선에서도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 10명 중 8명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폴라 화이트 목사는 트럼프의 신앙 멘토다. 화이트 목사는 1기 행정부에선 복음주의자문위원장을 맡았고, 2기 때는 백악관에 신설된 신앙사무국 국장을 맡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김민석 국무총리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의 면담만 잡혀 있었는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화이트 목사의 막후 주선이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밤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12시간 만에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트럼프의 SNS 게시물 삭제는 이례적인 일이다. 신성모독이란 지적이 들끓자 슬그머니 발을 뺐다는 후문이다. 마침 1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성한 종교자유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화이트 목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복음주의 인사들도 이번 일만큼은 격렬히 성토하고 나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 1년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변호인 배의철 변호사의 SNS를 통해 “지금 시기가 힘들고 어렵더라도 고난에 순종하며 구원의 소망을 품고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부활주일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진솔한 반성을 찾을 수 없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모세가 시내산에서 석판에 내려받은 하나님의 계명 중 하나가 “내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이다. 신성모독은 아닐지 몰라도 기독교도들이 반길 부활절 메시지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