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밀 소년원, 교화 기능 잃어가는데… 촉법 연령 하향 논쟁만

전국 10곳 정원보다 143명 초과
시설 열악 속 송치 건수 2배 늘어
보호관찰, OECD 4배 인원 담당
“교화 아닌 단순수용 급급” 지적

정부가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여부 논의를 이달 말 마무리할 계획인 가운데, 교육·교정을 담당할 소년원이 지난해 약 15% 과밀 수용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년범죄 예방과 교화를 위해서는 열악한 소년원 환경을 개선하는 등 사회안전망부터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0곳의 소년원 연평균 수용인원은 1083명으로, 정원(940명)보다 143명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부. 연합뉴스

수용률은 115.2%로 과밀화를 보였다. 소년원은 수도권 2곳, 중부권 2곳, 호남권 2곳, 영남권 2곳, 강원권 1곳, 제주권 1곳 등 전국에 10곳이 있다.



전국 소년원 수용률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83.2%, 2022년 74.5%, 2023년 85.9%로 정원보다 수용인원이 적었으나, 2024년(110.4%)부터 과밀 수용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는 시설 확충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촉법소년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건수는 2021년 1만1677건에서 지난해 2만1095건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중범죄에 해당하는 소년원 송치 처분(8∼10호)도 28명에서 182명으로 늘었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으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청소년이다.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데, 감호 위탁·사회봉사 명령·보호관찰·소년원 송치 등이 있다. 가장 무거운 보호처분을 받아 2년 동안 소년원에 송치되더라도 범죄 기록은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 범죄 증가로 기준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도 공론화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앞서 소년원 내 과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악한 환경 탓에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심의위원을 역임한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잘못을 저지른 촉법소년이 재범하지 않도록 교화해야 하는데, 소년원 환경이 매우 열악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는 소년원에서 촉법소년을 수용해 가둬 놓는 것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과밀수용 상태로는 소년원이 단순 구금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년원에 두는 보호처분은 국가가 해당 소년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교육·보호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과밀수용으로 인해 교화의 기능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도 최근 “소년원은 과밀 상태고, 보호관찰관 한 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네 배가 넘는 인원을 담당하고 있다”며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싶다면 소년원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올해 예산에 중부권 여성소년원 신설과 안양소년원 재건축 등을 반영했지만, 모두 2029∼2031년 완료를 목표로 한 중장기 계획이다. 당장 과밀수용으로 인한 열악한 환경, 인력부족 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 조정 여부와 관련해 이달 30일까지 시민참여단·학계·청소년 현장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권고안을 낼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15일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을 주제로 제2차 포럼을 공동 개최한다.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는 이번 포럼 이후에도 공론화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10일부터는 성평등부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