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경제형벌의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민생·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행정조치를 먼저 내리거나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일률적으로 벌금 상한을 낮추거나 벌금을 폐지한 뒤 동일한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악용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정부안이 확정되기까지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14일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3차 경제형벌 합리화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재경부는 우선 위법행위로 얻는 실질적 이익을 차단하기 위해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가 부당하게 이용자를 차별하거나 계약 해지를 제한할 경우(전기통신사업법) 과징금 한도가 10억원에서 5배인 50억원으로 늘고, 매출에 대한 과징금 요율도 3%에서 10%로 오른다. 대신 벌금 한도는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은행이 대주주에게 한도를 초과해 대출 등 신용공여를 하는 경우(은행법) 현재는 징역 10년·벌금 5억원에 공여자를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해 징역 10년·벌금 2억원과 공여자는 물론 특혜를 받은 대주주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민생과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현장체감도 높은 230여개 과제도 발굴·정비한다. 시정명령과 같은 행정조치를 먼저 부과하거나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현행 물류시설법에 따르면 등록 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물류창고업을 경영하다 적발되면 징역 1년·벌금 1000만원이 부과된다. 그런데 등록이 의무사항인지 몰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형사처벌이라는 게 너무 남발돼서 도덕기준과 형벌기준이 구별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지금 드러난 현상들로는 ‘죄형법정주의’가 사실상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으로는 사법·형벌국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다. 이 대통령은 “웬만한 것은 다 형벌로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으니까 검찰, 수사기관의 권력이 너무 커져서 심지어 ‘검찰 국가화’됐다는 비난까지 생기고, 사법 권력을 이용해 정치를 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며 “규정이 너무 모호하고, 그것을 또 확장해석하고 심지어 조작하고 이러다 보니까 기준이 없는 사회가 돼 버린 것이다. 이게 가장 원시적인 사회”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평소에는 적용도 안 하다가 미운 사람만 딱 찍어서 ‘이런 처벌조항이 있네’라며 처벌하는 등 악용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이런 것들을 이번에는 한 번 정리를 해야 되겠다. 도덕기준, 행정벌기준, 민사책임기준, 형벌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벌은 반드시 필요한 최후 수단으로 절제돼야 한다. 그리고 엄격하게 적용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아마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국민들 전과가 제일 많을 것이다. 웬만한 사람은 (전과가) 다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