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리핑] 헌재, 재판소원 한 달간 228건 각하…사전심사 통과 ‘0건’ 外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 시행 한 달 동안 사전심사를 통해 228건을 각하했다. 본안에 올린 사건은 0건이다. 헌재가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 재판소원이 법원 재판에 대한 단순 불복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1970년대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다 해직된 동아일보, 조선일보 기자와 작고한 기자의 유족 등 59명이 과거 사측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을 바로잡아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제도 도입 후 네 번째 사전심사서 34건 추가 각하

 

헌재는 14일 재판관 3명으로 구성한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결과 34건의 재판소원 34건을 추가로 각하했다고 밝혔다.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뒤 네 번째 열린 지정재판부 평의였다.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이번에도 없었다. 이로써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접수된 총 424건 가운데 이날까지 각하된 사건은 228건으로 늘었다.

 

이날 사전심사 사건의 각하 사유는 청구 사유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헌재법에 따르면 법원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이어 청구 기간(판결 확정 뒤 30일 이내)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9건, 기타 부적법한 경우 1건 순이었다.

 

헌재법 72조에 따라 재판소원을 포함한 헌법소원 사건은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사전심사한다. 사전심사 단계에서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은 각하한다. 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될 경우엔 재판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한다. 헌법소원 심판 청구 후 30일 이내에 각하 결정이 없으면 해당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이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투위-조선투위 부당해고 헌법소원 제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아·조선투위 “부당해고 적법판결 위헌” 반세기 만 재판소원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임당한 언론인들의 기본권 침해를 바로잡기 위해 11일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동아투위와 조선투위는 1970년대 유신정권 당시 강제 해직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언론인들이 각각 세운 단체다. 이들은 당시 해고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동아투위는 1978년, 조선투위는 1980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이 대법원 판결 2건이 재판소원 대상이다.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은 “반세기 전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3심 모두 패소 판결을 했다”며 “이것이 바로잡힐 기회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이런 제도가 생겨 우리 사건을 햇빛 속에 드러낼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서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며 “너무 오랜 세월 동안 패소만 거듭했기 때문에 이번 헌법소원이 변화를 가져와줄 것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사안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신미용·이희영 변호사는 당시 대법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취업규칙 등 적법한 해고의 근거가 없었고, 법원이 경영상 위기를 해고 사유로 보면서도 위기의 원인 등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선투위의 경우 한 분은 유신 체제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기고가 나간 것에 항의했다가 해고당했고, 또 한 분은 기자들의 농성에 30분간 동참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징계권 남용이 이뤄졌다”고 짚었다.

 

다만 헌재가 46년, 48년 전 확정된 판결에 대해 재판소원 청구기간 요건(판결 확정 30일 이내)을 충족한다고 볼지가 관건이다.

 

신 변호사는 “과거 판례에 따르면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도 공권력 행사일자가 오래된 경우 (헌법소원이 가능해진) 헌재 발족일자를 기준으로 청구기간을 따졌다”며 “이 사안도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전 확정된 판결이니, 법 시행으로부터 30일의 기한을 적용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