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김서현이 4사구 7개, 밀어내기로 5점 내주는데 마운드에 계속 둔다? 김경문 감독의 ‘방임의 야구’가 승리와 김서현을 모두 망쳤다

한화 김경문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는 ‘믿음의 야구’다. 한 번 믿은 선수는 끝까지 믿는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8회 1사 1루 상황 전까지 26타수 3안타로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던 이승엽을 끝까지 믿고 4번 타자로 기용했고, 이승엽은 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해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김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로 한국은 9전 전승 금메달을 따냈다.

 

그로부터 어느덧 18년이 지났고, 여전히 김경문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하고 있다. 다만 이제 그 믿음이 과도해지는 모양새다. 마무리 투수가 4사구 7개를 남발하며 5-1로 앞서던 경기를 5-6 역전을 허용할 때까지 그냥 마운드에 뒀다.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이건 믿음의 야구가 아니다. 그저 ‘방임의 야구’였다.

 

상황은 이랬다.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시즌 첫 맞대결. 한화는 선발 문동주의 5이닝 무실점 역투와 경기 초반부터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7회까지 5-1로 앞섰다.

 

그러나 8회에 사달이 났다. 여섯 번째 투수로 올라온 이상규가 이성규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곧바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마운드에 오른 조동욱은 양우현을 삼진, 박승규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김지찬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 세이브 상황이 되자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김서현의 ‘4아웃 세이브’였다.

그러나 김서현은 올라오자마자 제구가 극도로 흔들렸다. 최형우에게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렸고, 디아즈와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줘 밀어내기로 실점했다. 이어 류지혁을 상대론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또 한 번 밀어내기를 내줬다. 어느덧 점수는 3-5. 전병우 상대 땐 폭투로 또 한 번 홈을 허용해 4-5. 다행히 전병우는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역전은 허용하지 않았다.

 

8회에만 볼넷 3개를 내주며 22구를 던진 김서현이었기에 9회엔 다른 투수를 올리는 게 합리적인 운영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을 믿었고, 결국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김서현은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부응할 상태가 아니었다. 안타, 희생번트, 볼넷,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만루에 몰렸다. 김지찬을 2루 땅볼로 잡아내며 한 숨 돌리는 듯 했으나 베테랑 최형우를 만나 다시 한 번 제구가 흔들리며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5-5. 김서현의 블론세이브였다.

이때라도 김서현을 내렸어야 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벌투가 의심될 만한 과도한 믿음이었다. 결국 김서현은 이해승에게까지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끝내 5-6 역전을 허용한 뒤에야 황준서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김서현의 시즌 기록은 7경기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 세부 지표는 더 나쁘다.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는 동안 내준 볼넷은 무려 12개. 피안타율은 0.227로 낮지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무려 2.83. 이닝당 주자 3명을 내보낸단 얘기다. 가을야구 이상을 노리는 팀이 마무리로 쓸 수 없는 성적이다. 

 

삼성은 9회에 마무리 김재윤을 올렸고,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삼성이 잘했다기보다 김경문 감독과 김서현이 떠먹여준 승리였다. 김경문 감독식의 믿음의 야구는 14일자로 유통기한이 다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