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무기 보유하면 이탈리아 2분 안에 폭파”

전쟁 지원 안 하는 이탈리아에 실망 드러내
“멜로니, 용기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틀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탈리아 언론을 상대로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될 경우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트럼프는 태도를 바꿔 ‘멜로니는 비겁하다’는 취지의 비난을 쏟아냈다.

 

1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를 했다. 트럼프가 교황 레오 14세를 겨냥해 “범죄에 나약하고 외교는 형편없다”는 폭언을 퍼붓자 멜로니가 나서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린 지 하루 만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강성 우파인 멜로니는 그동안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가장 잘 상대할 유럽 지도자로 꼽혀 왔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나는 그녀(멜로니)에게 충격을 받았다”며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기회만 된다면 2분 안에 이탈리아를 폭파할 것이라는 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더불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회원국이다. 트럼프는 “이탈리아는 다른 나토 동맹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미국)를 돕지 않는다”며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니, 매우 슬프다”고 토로했다. 멜로니를 향해선 “내 생각과 많이 다르다”는 말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멜로니는 극우 정당이 포함된 우파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는 반(反)이민 정책 등에서 트럼프와 뜻을 같이하며 정치적 우군을 자처해왔다.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 서유럽 국가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취임식에 초청을 받은 멜로니를 두고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상대할 가장 적합한 유럽 지도자”라는 평가도 제기됐다.

교황 레오 14세(왼쪽)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바티칸 교황청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탈리아는 지난 2월28일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에 돌입한 뒤 트럼프의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 전쟁 발발 후 교황청과 사이가 나빠진 트럼프가 바티칸을 비난하자 멜로니는 “용납할 수 없다”는 말로 미국을 성토했다. 미국·이란 전쟁을 계기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지도자들과 모두 척을 진 트럼프가 이제 멜로니와도 서로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트럼프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뒤 이탈리아는 여야 할 것 없이 멜로니를 옹호하며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안토니오 타야니 외교부 장관은 “멜로니 총리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며 “교황 레오 14세에 대한 총리의 발언은 우리 이탈리아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와 정부는 항상 이탈리아의 국익만을 옹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인 좌파 민주당 지도자 엘리 슐레인 의원도 의회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동맹에 대한 존중이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며 “이탈리아는 전쟁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