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이 법원에서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이 증권사 대표들에게 내린 중징계가 무효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최근 업비트 영업정지 처분까지 법원에서 취소되며 ‘무리한 제재’ 논란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국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신종 자금세탁과 대규모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선 보수적인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제재 적정성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두나무가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FIU는 업비트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약 4만5000건의 이전 거래를 중개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영업 일부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두나무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가 9일 해당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100만원 미만의 소액 거래였다. 법원은 이 구간에 대한 구체적인 차단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사후 결과만으로 기업을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지 의무만 선언하고 이행 기준은 제시하지 않으면 규제당국의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며 당국의 규제 공백을 지적했다. 업비트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고객 확약서를 받는 등 나름의 의무 이행 노력을 기울인 점을 들어 고의·중과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전통 금융권에서도 당국의 중징계가 법원에서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환매 중단을 빚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당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던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달 대법원에서 줄지어 징계 취소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들 사건에서도 법원은 금융사가 나름의 내부통제 기준을 갖춘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만 들어 제재하는 것은 법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금융 사고와 신종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엄격한 제재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당시 가상자산을 악용한 우회적 자금세탁 우려가 매우 컸던 시기라, 시장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해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