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마주앉은 이·레바논…“美 중재로 직접 협상 개시 합의”

양국 주미대사 美서 2시간 회담
양측 “우린 같은 편” “건설적 논의”
휴전 결론은 못 내… 실효성 의문

이스라엘 건국 이후 사실상 전쟁 상태를 이어온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직접 협상’에 합의했다.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평가되지만 정작 발등의 불인 휴전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대사와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미셸 이사 주레바논 미국대사 등과 함께 국무부 청사에서 약 2시간에 걸쳐 회담했다. 외교관계가 없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에 고위급 회담이 열린 건 1993년 이후 처음이다.

 

예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대사(왼쪽)와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대사가 2026년 4월 14일(화)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회담 직후 미 국무부는 성명을 내고 “상호 합의된 시기와 장소에 직접 협상을 개시하는 데 모든 당사자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적대행위 중단에 대한 어떤 합의도 반드시 미국의 중재를 통해 양국 정부 간에 도출돼야 하며 별도의 경로를 통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레바논 휴전은 미국과 이란 간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이란에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석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에 앞서 “20~30년간 이어진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영구히 종식시키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라이터 대사는 회담 후 취재진에게 “오늘 우리는 같은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모아와드 대사도 “건설적인 논의였다”고 말했다.



회담에서는 이스라엘·레바논 간 휴전과 헤즈볼라의 장기적 무장해제, 양국 간 평화협정 체결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체적 합의는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측 전직 국방 관리는 AFP통신에 “두 나라 간 현안을 워싱턴에서 하루 만에 해결하려면 엄청난 상상력과 낙관론이 필요하다”며 “기대치가 낮다”고 인정했다.

애초에 이번 협상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스라엘과 실제로 교전 중인 상대가 레바논 정부가 아닌 헤즈볼라인 상황에서, 양국 정부 간 휴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헤즈볼라의 이행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헤즈볼라 지도자 나임 카셈은 전날 협상 반대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