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에 거세진 산불… AI 예보로 ‘골든타임’ 잡는다 [기획]

영남 산불 1년… 대응체계 재정비

태풍급 돌풍·가뭄에 예측 실패
마른 침엽수가 ‘불쏘시개’ 역할
진화인력 중 전문 대원 5% 불과
산림·민가 인접… 복합재난 우려

산림재난방지법 2026년 2월 시행
주민 감시단·신고 포상제 운영
진화 헬기 100대 ↑·인력 확충
산속 흡연 땐 처벌 기준 강화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경북·울산 지역을 잿더미로 만든 지난해 3월 영남권 초대형 산불은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산불은 이상기후에 따른 극심한 가뭄과 최대 순간풍속 초속 27.6m에 이르는 ‘태풍급 돌풍’을 타고 열흘 가까이 일대 산림 10만4000㏊를 불태웠다. 사망 27명, 부상 156명이라는 인명 피해도 역대급이었다. 주택 3848채, 농·어업 시설 6106동 등 사유시설과 국가유산, 전통 사찰 등 공공시설 769건도 피해를 입었는데 산불 피해액만 1조818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책정한 복구비는 1조8809억원. 2022년 동해안 산불 복구비(4170억원)의 4.5배다.

산불 진화 중인 산림청 공중진화대원. 산림청 제공

전례 없는 극한기후는 산불 발생과 확산 예측을 무력화한다. 기존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진화장비 운용 등은 한계에 부딪혔다. 진화자원 부족으로 산불 진화 ‘골든타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전체 진화인력은 1만명에 달하지만 공중진화대원 104명, 특수진화대원 435명 등 산불 진화 전문 대원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산불 진화에 효과적인 가용 헬기(198대)의 70%인 137대가 투입됐지만 동시다발 산불로 초동 진화에 애를 먹었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임도가 없는 곳이 많아 신속한 진화대원 투입에도 제약이 컸다.

산불에 취약한 산림 구조도 산불 피해를 대형화하고 있다. 영남 등 동해안 지역에는 송진을 듬뿍 머금은 소나무 등 불길을 키우는 침엽수림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 소나무림 비율은 전국적으로 29%인데 경북 안동은 49%, 의성 44%, 영덕 34%, 청송 33%, 경남 산청 32% 등 영남권 소나무림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해 3월 말 경북 북부 지역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8도 높았으나 강수량은 전무했다.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로 낙엽 등이 바싹 마른 상태가 지속되면서 사실상 ‘불쏘시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산림과 민가가 인접해 있는 국내 도심 지역 특성도 ‘도심형 산불’ 등 복합 재난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AI 활용해 산불 확산 정밀 예측



산림청은 영남권 초대형 산불을 계기로 기후 위기 산불 대응을 위해 산불 정책을 전반적으로 개선했다. 15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위험도 평가 등 산불 예방·대응은 변화하는 산불 확산 여건에 맞게 대폭 바뀐다. 산불 위험도 평가는 산림인접지역의 자연·사회 요소를 반영하는 평가로 의무적으로 재난 예방과 대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애초 산림청은 5년마다 구축했던 산불 위험도 평가·위험 지도를 매년 구축하기로 지난해 변경·확정했다.

위험예보는 강화한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산불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위기 경보 발령을 위한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등 시스템 사용 편의성을 개선한다. 이 시스템은 내년까지 구축을 마무리한다. 최신 산불 발생 데이터 학습 등을 반영한 AI 알고리즘 개발로 산불 위험예보 시스템을 고도화해 정확도도 현재 76% 수준에서 88%까지 향상한다. 현재는 기상·임상·지형 등 환경 인자를 바탕으로 위험예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지만 산악 기상예보와 인구밀도, 데이터 학습 등을 추가 요건으로 넣었다.

산불이 발생하면 최초 목격자가 되는 지역 주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산불 감시 체계도 만든다. 산림청은 지역자율방재단(6만8000명), 의용소방대(9만2000명), 이·통장 등 주민 참여 산불 감시를 추진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산불 감시에도 AI를 적극 활용한다. 기존 인력 기반 감시에서 폐쇄회로(CC)TV, AI, 드론·위성 등을 활용해 지상·공중·우주에서의 입체적 산불 감시를 추진한다. AI 딥러닝을 통해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산불 여부를 자동으로 관계자에게 알리는 등 산불 감시 CCTV와 AI를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과 연동해 신속히 산불을 발견하고 대응한다.

산불로 인한 국가 기반 시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불 발생 시 자동 통보되는 대상과 범위는 기존 발전·송전 시설 담당자에서 수력·정신·의료·복지·교육 시설 담당자로 넓힌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경우 산불 안내 및 대피 경보를 기존 20㎞ 범위에서 40㎞로, 발전 시설이 있는 지역은 5㎞에서 10㎞로 두 배 확대하는 쪽으로 조정됐다.

◆특수진화대원과 산불헬기 대폭 확충

개정 산림재난방지법이 올해 2월부터 시행되면서 산림청의 산림재난 관리 범위가 확대되고 권한도 강화됐다. 기존 2월부터 5월15일까지 시행하던 봄철 산불 조심 기간도 한 달 앞당겨 시행되고 있다. 개선된 정책은 산불 대응에 범부처가 총동원된다는 점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청뿐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국방부, 소방·경찰청, 기상청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어 최대한 진화 ‘골든타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헬기 동원 규모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봄철엔 범부처 헬기 동원 규모가 216대였으나 올해는 100대 이상 증가한 325대를 산불에 투입하고 있다. 산불 발생 시 50㎞ 이내 가용한 헬기는 즉각 활용한다. 산불 진화인력도 늘렸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무원인 공중진화대는 기존 104명에서 200명 이상 늘린다. 산림청 공무직으로 지상과 야간 진화에 나서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인력도 435명에서 555명으로 확충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 결과 올해 1∼3월 산불 건당 피해 면적은 1.5㏊로 지난해 같은 기간(2.3㏊)보다 33% 감소했다.

올 2월1일부터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하는 등 컨트롤타워 지휘권으로 신속한 대응에 돌입했다. 지자체는 산불 발생 또는 산불 위험이 높을 경우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여 주민 대피, 이재민 구호 등에 재빠르게 지원한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산불 현장을 지휘하기 위해 산불 대응 단계를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산불 피해 예방을 위해 건축물로부터 25m 이내 입목에 대해서는 허가 신고 없이 임의로 벌채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도 개정했다. 산불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위해 산림인접지역에 불 피우거나 산림에서 흡연을 하면 각각 200만원과 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 기준도 높였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지난해와 같은 대형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할 방침”이라며 “초동 진화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신속한 판단으로 대응하는 한편, 산불 예방 활동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