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가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건 관련 핵심 인물인 쌍방울 전직 임원이 북한 대남공작원 리호남에게 방북 대가로 돈을 줬다고 증언했는데, 국가정보원은 이를 거듭 반박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는 메시지까지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청문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19년 7월 필리핀에 리호남이 왔느냐’고 묻자 “(필리핀에) 왔다. 얼굴도 봤고 만났다”고 답했다. 그는 “돈을 제가 직접 주지는 않았고 (김성태) 회장님이 전달해주셨고, (제가) 회장님 계신 곳까지 안내는 했다”고 덧붙였다. 돈을 준 이유에 대한 질문엔 “방북 대가로 드린 것”이라고 했다.
방 전 부회장은 2024년 10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당시 방 전 부회장의 법정 증언이 받아들여지면서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관련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선고됐고,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서 의원이 ‘위증하면 처벌받는다’며 재차 같은 내용을 물었지만, 방 전 부회장은 당시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돈을 준 게 맞다고 거듭 증언했다. 최근 국정원이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 아태 평화·번영 국제대회에 불참한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앞서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7월25∼2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태 평화대회에서 북한 국가보위성 소속 리호남을 만나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으로 70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보고 이 대통령 등을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도 리호남이 해당 시기 필리핀에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당시 피고인 측은 국정원 보고서 등을 근거로 리호남이 필리핀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양쪽 주장을 모두 따져본 뒤 쌍방울 측이 리호남에게 70만 달러를 건넸다는 방 전 부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측 비공개 증인은 국정조사에 출석해 리호남이 당시 필리핀에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자신을 2019년 관련 비밀보고서를 작성한 당사자라고 소개한 증인은 “제가 (이 전 부지사 사건) 2심 법원에서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고) 주장을 했지만, 재판부가 채택하지 않았다”며 “당시 재판부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정당한 행위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증인은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과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 등을 언급하면서 “법원 최종심의 결과가 항상진실을 담보하느냐 하면, 역사적으로 아니었던 경우가 있었다”고도 부연했다.
법조계에선 여권이 ‘검찰 조작기소 프레임’에 사건을 억지로 끼워맞추려 하다가 법원 판결까지 공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통화에서 “(국정조사에서 판결 불복 발언이 나온 데 대한) 정확한 의도를 알 수는 없더라도,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존중해야 된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상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