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질병으로 인해 다량의 약물을 처방받는 환자가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늘고 있다.
◆ 45세 이상 4명 중 1명 ‘만성 처방’…약물만 5~9개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보건의료 질’ 통계에 따르면 2024년 45세 이상 환자 중 서로 다른 약물 5∼9개를 ‘만성 처방’받은 비율이 26%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4명 중 1명꼴이다.
만성 처방은 연간 90일 이상 혹은 4회 이상 처방받은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는 급성 감염 시 처방되는 항생제나 피부과 관련 약제는 빠졌다.
이 비율은 2020년 23.5%에서 매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10개 이상 서로 다른 약을 복용하는 하는 이의 비율도 2021년 13.9%. 2022년 15.6%, 2023년 17.0% 등으로 늘더니 2024년(17.6%)에는 18%에 육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고혈압, 당뇨병 등을 1개 이상 진단받고 10개 종류 이상의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만성질환자는 171만7239명으로, 2020년 대비 52.5% 늘었다.
◆ 고령화가 부른 약더미…부작용 위험 경보
이처럼 복용하는 약의 종류가 많아지는 주된 원인은 고령화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1인당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2개 이상의 질환을 가진 비율도 63.9%에 달한다.
문제는 이처럼 다량의 약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이상 반응 등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특히 약물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약물 처방으로 악순환을 초래하는 ‘처방연쇄 현상’은 노인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75세 이상 환자 대상 만성 처방률(5개 이상의 약물을 90일 또는 4회 이상 처방받은 비율)은 2021년 기준 64.2%로 OECD 평균(50.1%)을 크게 웃돌았다.
◆부작용 위험 낮춰야…통합 관리 시스템 필요
전문가들은 단순한 투약 지도를 비롯해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약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문가의 약물 점검과 상담, 처방 조정 등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약물의 중복 및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다제약물 관리사업’을 시행 중이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다약제 복용 환자들은 반드시 의사와 약사의 지시에 따른 정밀한 복용해야 하며, 임의로 복용량을 조절하거나 투약을 중단하는 행위가 위험을 키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전문가들은 네 가지 정책적 중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노인의 다약제 및 노인약주의 약물 사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한국 고령자에 특화된 약물 사용 현황 평가와 약물 중재 효과에 대한 데이터 검증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을 통해 인식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약을 추가하기보다, 기존 처방 약물을 정기적으로 검토해 불필요한 약을 줄여나가는 절차가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노인주의 약물을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다학제 인력 양성도 주요 대책으로 제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