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의 사망자가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며 운전면허 반납 제도 실효성 증대 등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청이 발표한 ‘2025년 교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4만5873건으로 전년(4만2369건) 대비 8.3% 증가했다. 이로 인한 보행자 및 운전자 등 사망자 수는 843명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다. 고령 운전자 사고로 매일 평균 2.3명이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이 같은 추세는 고령화와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국내 고령인구는 약 1051만명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고령층 운전면허 소지자 수도 563만명으로 8.9% 증가했다. 운전대를 잡는 어르신이 많아지면서 사고 위험도 자연스레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사고들의 주요 원인으로는 페달 오조작이 꼽힌다. 지난해 11월 60대 A씨가 몰던 1t 트럭이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으로 돌진해 4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경찰은 CCTV와 페달 블랙박스,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밟은 것을 페달 오조작을 사고의 최종 원인으로 판단했다.
올해 1월에도 인천에서도 65세 운전자 B씨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카페 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카페 외벽과 출입문 등이 파손됐다. 경찰은 B씨가 주차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가속 페달을 잘못 밟아 카페로 돌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고령운전자는 비고령운전자에 비해 신체반응이 늦기 때문에 도로 위 돌발상황에서 당황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할 수 있다”며 “이때 급히 정지하기 위해 페달을 강하게 밟는 주행행태가 나타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지난해 배포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국내외 정책과 입법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3년 주기로 단축하고 교통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대책인 ‘운전면허 반납 제도’에 따른 반납률은 평균 2.4%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운전면허 포기에 따른 대가가 충분하지 않고, 실제 운전을 하지 않는 면허 소지자 위주로 반납이 이뤄지고 있어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조건적인 면허 반납보다는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ADAS는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예측하고 자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하거나 사고를 회피하도록 하는 기술로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S), 페달오조작방지장치(ACPE),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전방 충돌 경고(FCW) 등을 포함한다.
이서영 경찰청 생활안전교통국장은 “고령 인구와 운전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어 고령운전자와 보행자의 사고 예방을 위해 고령자 중심의 교통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