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은폐 속 해외로 보내진 아이들… 국제 입양의 민낯

너의 한국 엄마에게/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손화수 옮김/푸른숲/2만3000원

 

1998년, 노르웨이에 사는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 가족에게 생후 8개월 된 남자아기가 도착했다. 열 살 산드라에게는 동생이 생겼다. 아기의 여행 가방에는 잠옷과 고무신, 젖병, 공갈 젖꼭지 따위가 담겨 있었다. 서류 한 장과 비행 보고서도 함께 왔다. 그러나 서류 내용은 사전 안내와 달랐다. 서울 홀트아동복지회는 아기의 친부모를 만났다고 했지만, 새로 발급된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이전 가족 세대주와 부모 모두 ‘기록 없음’으로 적혀 있었다. 서로 모순된 기록이었다. 혼란스러웠지만 저자는 캐묻지 않았다. 이전에 한 차례 입양 계획이 틀어져 좌절한 경험이 남아있던 탓이다. 아이에게 의지할 가족이 되는 일이 우선이었다. 2001년, 다시 서울 홀트 사무실을 찾아 두 살 여자아이를 입양한다.

2020년, 장성한 아들은 영국에서 사진을 공부한다. 어느 날 키워준 어머니에게 고백한다. “입양과 제 정체성을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이걸 이해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서구로 입양된 이들이 직접 연출하고 기록한 책과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발표되던 시기다. 아들의 질문은 또렷했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설계할 권리를 가졌던 걸까? 누가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모든 연결을 끊고, 나를 노르웨이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게 만든 걸까?”

크리스틴 몰비크 보튼마르크/손화수 옮김/푸른숲/2만3000원

 

2022년, 아들이 그 주제로 사진전을 연 날 노르웨이 일간지에는 한국 기자회견 기사가 실렸다.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 출신 인사들이 한국 정부에 입양 과정 전면 조사를 촉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한국 입양기관이 오랜 기간 아동의 출신과 배경을 조직적으로 조작·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서구의 입양 수요가 늘자 기관들이 빈곤 지역을 돌며 아이를 물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전 제공과 산모 시설 운영 의혹도 제기됐다. 군사정권과의 유착 속에서, 입양이 사회의 ‘짐’으로 간주된 아동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까지 이어진다.



당시 제도로는 서류 조작과 부실한 심사가 충분히 가능했다. 해외로 보내진 많은 한국 아동이 고아나 길에서 발견된 미아로 기록됐지만, 상당수는 가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경우였다. 이러한 조작 덕분에 서구권 입양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의 아들 역시 친모를 찾는 데 성공한다.

“나는 무엇에 가담해 왔는가.” 입양 어머니인 저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두 아이를 입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이 과정이 산업으로 굳어진 흐름과 그 안에서 한국과 서구가 맡아온 역할을 살펴본다. 한때 이상으로 여겨졌던 국제 입양의 이미지는 크게 흔들렸고, 입양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국제 입양의 역사를 다루는 책임을 입양인들과 다음 세대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