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야, 그동안 잘 지냈니? 얼마 전에 네가 좋아하는 사진작가 소피 칼의 사진집 ‘진실된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몇 년 전 너와 나는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 너와 나의 공통점은 둘 다 머리 길이가 길다는 것뿐이었지 아마도. 너는 어느 날 나에게 일 마치고 밖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우리는 소격동 어디쯤에서 저녁을 먹었던 것 같아. 너는 그때 뜻밖에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지.
그리고 얼마 후 너는 직장을 떠났고, 떠나던 날 나에게 창성동의 사진 서점 ‘이라선’에서 샀다며 소피 칼의 사진집 ‘True Stories’의 여섯 번째 에디션 한 권을 선물로 주었지. ‘이라선’은 지금 북촌으로 옮겼고 옮긴 후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늘 시각적 충격을 얻곤 했던 서점이지. 거기 그 초록 소파가 참 예뻤는데 말이야.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 걸까. 왜 삶은 이토록 지루하기만 한 걸까. 왜 이렇게 몸은 자주 아픈가. 우리는 늘 비슷한 스몰 토크로 시작해 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곤 했지. 우리의 얘기는 사실 늘 그 정도였어. 더 이야기하는 건 부담스러우니까 늘 그 정도를 유지했지. 네가 준 ‘True Stories’를 들고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아. 아마도 이곳저곳 아주 많이.
혹시 내가 너한테 말한 적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이십 대의 어느 날 상업사진의 선구자라는 김한용 선생님한테 사진을 배운 적이 있어. 아직도 어딘가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선생님과 찍은 사진을 앨범에서 찾아봐야겠다 싶어. 왜 그랬는지 나는 늘 사진에 늘 호기심이 있었지. 어느 날은 고철 덩어리 같은 수동 사진 인화기도 구입했다가 엄마한테 엄청 혼났어. 요즘도 가방 안에 작은 똑딱이 카메라를 갖고 다니기는 하는데 전처럼 사진을 자주 찍지는 않아. 옛날에 찍어둔 것들을 가끔 보기는 하지만 사실 내가 보는 것들이, 시간들이,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번역된 ‘진실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에는 언어의 한계로 이해하지 못했던 사진 속 서사를 이해하게 됐어. 그러나 왠지 네가 준 ‘True Stories’가 더 뭔가 스토리다웠다고 느껴지는 건 왜 그럴까. 네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진실된 이야기’를 선물로 보낸다.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네가 건강하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봄이고 꽃도 피고 지고 하니, 너의 평안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