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이사 임기는 2028년까지 “수사 종결될 때까지 유지” 입장 워시 인준 美상원 통과 ‘안갯속’ 후임자 지연 땐 임시의장 수행 해임 땐 연준 독립성 침해 우려
이란 전쟁 등 여파로 수면 아래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갈등이 의장 임기 만료가 다가오며 재점화되고 있다. 연방 검찰의 연준에 대한 수사 영향 속 파월 의장이 이사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심지어 임시 의장으로 당분간 의사봉을 잡을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왼쪽), 파월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된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임기 후에 이사회에 잔류하는 데 대한 질문에 “만약 그가 제때 물러나지 않는다면 저는 그를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그(파월 의장)를 해임하는 것을 미뤄왔다. 해임하고 싶었지만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5월15일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사 임기는 2028년까지 2년이 더 남아 있다. 통상 의장직을 마치면 연준 이사직도 사임하는 것이 관례지만, 파월 의장은 미 연방 검찰의 연준에 대한 조사가 “확실하고 투명하게” 종결될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압박이 한창이던 지난 1월 미 연방 검찰은 워싱턴 연준 청사 건물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 연준이 필요치 않은 과도한 지출을 했다며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이 수사는 1심 법원이 파월 의장에 대한 연방 검찰의 소환장이 무효라고 판결하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판결은 검찰의 수사가 “파월 의장을 굴복시키고, 기준금리 인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따르도록 강요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적시했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연방 검찰은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는 중이다.
심지어 수사 영향 속 파월 의장이 임기 이후에도 당분간 임시 의장으로 연준을 이끌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지명한 케빈 워시는 21일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 나서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수사에 대한 반발이 커지며 인준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은 수사가 중단될 때까지 후임자 인준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만약, 투표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전임 의장인 파월 의장이 새 의장 인준 때까지 임시 의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파월 의장의 ‘힘 빼기’를 위해 지난 1월 워시를 조기 지명하기까지 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전혀 바라지 않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이날 해임 경고는 연준 수장 교체와 관련해 꼬여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법원의 소환장 무효 결정과 정치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연방 검찰의 수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들(연준)이 한 일을 보면 아마도 부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사실은 무능함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 무능함을 밝혀내야 한다”고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지명자. EPA연합뉴스
만약, 워시 신임 의장 인준이 지체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체제 연장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되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 전체에도 큰 타격일 수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는 중이다.
파월 의장 이전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을 이끌었던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홍콩에서 열린 투자행사에서 “연준에 대한 이 정도의 위협은 전례가 없다”며 “선진국 대통령이 국가 부채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발언은 바나나 공화국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