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떠도는 ‘의사 남편’과 결혼하기…“기괴하다” “가치관 왜곡” 지적

병원·결혼정보회사 마케팅 의구심도
‘난 어떻게 의사와 결혼했나’ 강의도
전문가들, 감정이 상업적 논리로 폄하 우려

의사와 결혼한 경험을 앞세우는 ‘나는 어떻게 의사와 결혼했는가’라는 제목의 강의 홍보글이 최근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다음달 1일 오픈 예정이라던 이 강의는 좋은 남자를 선별하고 이성을 다루는 법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결혼의 장애물이라 규정하며, 실제로 의사와 결혼에 성공한 ‘심리 전문가’의 본인 경험담을 담은 연애·결혼 강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해당 글은 원래 9만9000원인 강의 가격을 4만9000원으로 대폭 할인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피부시술 정리본’과 ‘체중관리 꿀팁’까지 전수한다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혜택으로 제시했다.

 

최근 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 의사 남편과 결혼하기라는 강의가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의사라는 특정 직업군의 특성을 이해해야 결혼의 문이 열리며,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법이나 감정을 숨기지 않는 법 등 연애 전반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포함했는데 누리꾼들의 항의가 이어진 이유에서인지 17일 오전 10시 기준 해당 페이지를 볼 수 없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캡처

 

강의 내용에는 의사라는 특정 직업군의 특성을 이해해야 결혼의 문이 열린다는 주장과 함께,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법이나 감정을 숨기지 않는 법 등 연애 전반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도 포함했다.

 

다만, 이 게시물은 누리꾼들의 항의와 비판이 이어진 탓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프로젝트로 페이지에 접근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17일 오전 10시 기준으로는 사이트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상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의 제작자의 요청으로 펀딩이 중단됐으며 재개 여부는 확실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게시물을 두고 “우리 사회의 기괴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부터 ‘누구나 한 번쯤은 호기심을 가질 만한 주제가 아니냐’는 반응까지 다양한 댓글이 엇갈린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스레드나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사 남편과 결혼하는 법’을 주제로 한 게시물이 이어진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인간의 세속적인 욕망과 호기심을 자극해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시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술적인 지침만 배우면 고위 전문직과 결혼할 수 있다는 식의 ‘희망 착각’을 심어주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튜브 등에서 ‘의사 남편’ 등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의사 배우자를 만나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그들과의 결혼 생활을 전수한다는 콘텐츠가 눈에 띄며, 명품 쇼핑이나 고급 호텔 방문 등 고가 소비를 과시하며 의사 배우자를 둔 삶을 부각하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정보 공유가 아니라 병원 홍보나 신규 회원을 유치하려는 결혼정보회사의 변칙적인 마케팅 수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과거 한 결혼정보회사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의사 남편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업계를 추천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처럼 사랑과 결혼을 일종의 ‘기술’로 포장하는 행태는 과거에도 존재했으나, 최근에는 특정 직업군을 타겟으로 삼아 더욱 구체화되고 노골적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의사 남편’ 키워드 콘텐츠들은 수십만에서 백만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증명하는데, 반대편에서는 특정 직업군과의 결혼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 문화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한 누리꾼은 “스스로의 레벨을 끌어올리는 것이 현실적인데 마치 시험공부는 하지 않고 족보만 외우려 드는 느낌”이라며 “연극 같은 결혼을 했다가 결국 이혼하는 사례를 수없이 봤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도 “자신은 의사가 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수천만원을 들여 성형하고, 자녀들을 쉼 없이 학원으로 돌리며 의사 엄마가 되려 한다”며 본인의 노력으로 전문직이 된 이들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세태를 비판했다.

 

결혼을 전략적 성취나 신분 상승의 도구로만 접근하는 콘텐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간관계의 소중한 감정적 가치가 상업적 논리로 폄하된다고 우려했다.

 

곽금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 교수는 세계일보에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정신적인 교류이자 심리적인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고차원적인 마음의 교환임에도, 이러한 콘텐츠들은 이를 단순히 몇 가지 기술이나 외적인 치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가짜 정보들이 넘쳐날수록 우리 사회의 가치관은 병들 수밖에 없다”며 “조회수를 노린 자극적인 콘텐츠에 현혹되지 않는 이성적인 판단과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