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올라타도 될까.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복잡하다. ‘이미 고점 아니냐’는 불안감과 ‘지금 안 사면 평생 후회한다’는 조바심이 팽팽하게 맞선다. 증권가는 두 종목의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근거로 목표주가를 최근 잇달아 상향하며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하기 전날인 지난 7일 19만6500원에서 16일 21만7500원으로 2만1000원 올랐다. 상승률이 10%가 넘는다. SK하이닉스의 상승세는 더 가팔랐다. 같은 기간 91만6000원에서 115만5000원으로 23만9000원 올라 26% 이상 치솟았다.
이는 종전 기대감의 영향도 크지만, 반도체 업계에 대한 시장의 굳건한 믿음을 보여준 결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탄탄한 실적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5%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오는 23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영업이익 4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두 종목의 주가 부담이 단기간에 매우 커진 게 사실이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시가 빠르게 과열된 만큼, 조정장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
직장인 허모(41)씨는 “매번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고민만 하다가 어느새 지금 가격까지 올라왔다”며 “아무리 반도체 업황이 좋다고 해도 주가가 계속 오를 순 없을 텐데, 지금 투자하는 게 맞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증권가에선 두 종목의 ‘고점 논란’은 기우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최근 두 종목의 목표주가를 앞다퉈 높이는 추세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SK증권이 가장 높은 목표주가 40만원을 제시했다. KB증권도 36만원까지 상향했다. SK하이닉스 역시 SK증권이 200만원까지 목표주가를 올린 가운데 KB증권(190만원), 한국투자증권(180만원)도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도한 할인 구간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두 종목의 올해 추산 합산 영업이익이 586조원인데, 이는 TSMC의 영업이익(129조원)의 5배를 웃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1271조원), SK하이닉스(823조원)의 합산 시가총액은 2094조원으로 TSMC(2869조원)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클라우드·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들과 3~5년 장기공급계약(LTA) 체결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메모리 공급 부족의 구조적 장기화를 시사하는 동시에 수주 기반 생산 체계를 갖춘 TSMC식 파운드리 사업 모델로의 진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의 파운드리형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이익 변동성 완화와 실적 가시성 확대를 동시에 시현하며, 수익 구조의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향후 밸류에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실적 개선 속도와 규모를 감안할 때 3300조원(삼성전자 2000조원, SK하이닉스 1300조원) 이상이 적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