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질문은 “우리 정부 재정 상태는 괜찮은가”란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꺼내게 된 배경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 정부 재정을 비교 분석하고, 시사점을 담는 이 보고서에서 IMF는 한국에 대해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 정부와 실시한 연례협의 당시 IMF가 “한국의 중앙정부 부채는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는데, 약 5개월 만에 부정적 뉘앙스(‘상당한’)가 포함된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IMF가 한국의 부채 수준을 경고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한국의 부채 전망치는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와 IMF가 같은 지표를 보면서도 해석은 달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정부 재정 수준을 판단하려면 우선 부채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부채는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개념인데요, 크게 국가채무(D1)와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로 나뉩니다. 국가채무는 우리 정부가 민간이나 해외에 원금·원리금 상환의무를 지고 있는 채무를 말합니다. 국가가 미래에 갚아야 할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채무를 말합니다. 하지만 국가채무만으로 재정수준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개념이 일반정부 부채(D2)입니다. D2는 확정된 채무 외에도 보증·우발채무와 같이 잠재적 채무를 포함할 수 있도록 ‘발생주의’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비영리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합니다. IMF가 재정모니터의 기준 지표로 삼은 것이 바로 D2입니다. D3는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는 데 공공부문 재정의 건전성 관리에 주안점을 둔 지표입니다.
그럼 한국의 D2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D2 비율은 올해 54.4%로 전망되고, 2027년 56.6%, 2028년 58.5%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다 2029년 60.1%로 6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후 2030년 61.7%, 2031년에는 63.1%에 달하고요. 해마다 1.5%포인트~2.0%포인트 안팎 정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정부는 이 수치에 대해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일단 지난해 10월 IMF가 발표한 전망치보다 2.3%포인트~2.6%포인트 정도 개선됐다는 겁니다. 수출 호조세, 물가 상승률이 반영돼 GDP 전망치(분모)가 높아지면서 D2 비율이 낮아졌다는 거죠. 아울러 주요 선진국 그룹과 비교해 한국의 D2 비율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은 우려할 만하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가령 주요 20개국 선진국그룹(G7 Advanced)의 GDP 대비 D2 비율은 2026년 118.9%로 한국의 2배가 넘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드러내지 않는 불편한 사실도 있습니다.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이번 IMF 전망치에서 유로존의 경우 D2 비율이 올해 87.8%에서 2031년 89.9%로 2.1%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54.4%에서 63.1%로 8.7%포인트 올라 증가 속도가 유로존의 약 4배에 달합니다. 이는 2020~2024년을 기준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집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37개 선진국 평균은 122.2%였는데, 2021년 115.6%, 2022년 109.3%, 2023년 108.5%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2020년 45.9%에서 2024년 49.7%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돼야 할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제도가 ‘재정준칙’(fiscal rules)입니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나 재정수지 등 총량적 재정지표에 대해 수치화된 목표를 설정, 구속력을 부여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GDP 대비 국가채무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이 추진됐고, 이전 정부의 경우 통합재정수지보다 나라살림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4대 사회보장성 기금)의 GDP 대비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내세웠지만 모두 끝내 무산됐습니다. 최근에는 재정준칙보다 완화된 개념인 ‘재정앵커’(fiscal anchor) 도입을 국제사회가 권고하고 있습니다. 재정앵커는 1년 단위에서 벗어나 3~5년 중장기 시계에서 부채·채무나 재정수지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으로 재정준칙보다 덜 경직적인 규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재정준칙이든 재정앵커든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확장재정 기조 속에 부상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재정 건전성 장치는 각종 정치적 요인에 의한 재정규율 악화(포퓰리즘)를 차단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 “한국 정부가 이만큼 재정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신호를 보내 재정정책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우리는 초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저출생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구조적으로 부채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D2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되는 GDP 대비 D1 비율은 2065년 156.4%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기축통화국이란 약점까지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 청사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제출하면서 ‘재정총량 관리방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출효율화 및 수입기반 확충’이나 ‘재정관리체계 정비’ 등 지난해 추경안 때 제시됐던 추상적인 방안만 다시 반복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있어 재정 건전성 관리 방안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지적합니다. 다음은 한국재정학회 연구이사를 지낸 최병호 부산대 교수(경제학)의 말입니다.
“국가채무비율 건전성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은 없지만, 우리 같은 비기축통화국에서 GDP 대비 60%는 하나의 ‘경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향후 4~5년 내 이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 상태가 위기 상태로 빠르게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매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100조원을 넘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4% 안팎으로 굳어진 상황이다. 세수 측면에서 다행히 반도체 경기가 좋아서 법인세가 엄청나게 들어와 정부 입장에서 재정이 쓸 여력이 다소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빚도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에 보면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현금성 지원을 엄청나게 늘렸다. 지난 정부까지는 재정평가에서 현금성 국비를 많이 쓰는 곳은 불리한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정부에서 통제를 하지 않고 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