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짙어진 경기하방 리스크…“국제유가 상승→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우려”

중동 리스크에 물가 다시 들썩
석유류 9.9%↑… 체감 물가 부담 커져
소비심리·카드 사용액 감소세 확산

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재정경제부는 17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하방 위험 증대 우려’라는 표현을 썼는데, 경고 수위를 한 단계 높인 셈이다.

 

정부는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가 지속되고 소비 등 내수 개선세를 이어왔지만, 중동전쟁 영향으로 소비·기업심리가 둔화하고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물가 상승, 민생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1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실제 최근 지표 곳곳에서 중동 리스크 영향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물가와 소비다.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2% 오르며 전월(2.0%)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특히 중동 전쟁 영향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석유류 물가가 9.9% 치솟았다.

 

작년 12월부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던 소비자심리 지수는 107.0로, 전월보다 5.1포인트 급락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2024년 12월(-12.7포인트) 이후 1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할인점 카드 승인액은 3월 32.5% 빠지며 전월(-10.6%)보다 감소폭을 확대했다. 백화점 카드승인액(10.1%)은 전월(30.3%)보다 증가율이 축소됐다.

 

다만, 조성중 경제분석과장은 "내수 부문별로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 흐름이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석유류 상승세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인 근원물가로 전이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중동전쟁이 얼마나 길어지고, 어떻게 될지에 따라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달라지고 근원물가에 파급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원물가는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아 ‘끈적한 물가’로 불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은 여전히 긍정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3월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49.2% 급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 역시 42.7% 늘었다. 주력 수출 품목인 컴퓨터(189%), 반도체(151%) 등이 견인했다.

 

경기 후행지표 성격이 강한 고용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3월 취업자 수는 20만6천명 늘어 전월(23만4천명)에 이어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세를 보였다.

 

재경부는 국제 경제 상황을 두고는 ”중동 전쟁, 주요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및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비상경제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상황변화 및 부문별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추경 신속 집행 및 현장애로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