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은 대북제재가 본격화한 2016년보다 코로나19 시기(2020년 초부터 2023년 하반기) 소득 감소와 생활 압박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자체보다는 ‘국경 봉쇄’ 등 정부 정책을 더 큰 생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17일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나온 온라인 시리즈 ‘대북제재 하 코로나 봉쇄는 북한주민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보고서는 제재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주민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해당 시리즈는 통일연구원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 25명을 심층 면담한 내용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발간한 ‘대북제재 효과 분석: 민생을 중심으로’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면담 대상 중 코로나19 시기 생활 경험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한 12명 응답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대체로 대북제재가 강화된 이후에도 소득이나 물가, 소비에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일부 품목의 가격 변동은 있었지만,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크게 흔들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다수였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코로나19 시기는 ‘확실히 어려웠던 시기’로, 소득 감소와 생활 압박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했다. 12명 중 7명은 소득 감소를 경험했고, 전원(12명)은 물가 상승을 체감하며 가계 소비를 조정했다고 응답했다.
탈북민들은 코로나19시기의 어려움을 설명할 때 감염병 확산보다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를 더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코로나19 기간 생계 충격 원인 평가’ 항목에서 정부 정책(국경 봉쇄)라고 답한 응답자는 8명이었다. 감염병 확산, 대북 제재라고 응답한 이들은 각각 2명이었다. 국경이 닫히면서 중국과의 무역이 사실상 중단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공급이 크게 감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일부는 코로나19에 감염돼 고통을 겪었지만, 약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회복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시기 경제적 어려움은 제재 장기화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하게 체감됐다”며 “그 핵심 원인은 감염병 자체라기보다 이에 수반된 국경 봉쇄와 시장 통제와 같은 국가 정책 조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국경 봉쇄로 의약품을 포함 수입물가 폭등을 막지 못했고, 식량 가격과 유통을 국가가 통제·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양곡판매소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단 의미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물가 상승, 소득 감소, 소비 축소를 경험했지만, 이를 외부 위기보다 내부 정책 결정과 더 밀접하게 연결해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