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K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로버트 F 케네디(72)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속한 정치 명가(名家) 케네디 집안 사람들이 대체로 민주당 지지자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다. 더욱이 RFK 본인은 민주당 소속 존 F 케네디(1917∼1963) 전 대통령의 조카이기도 하다.
17일(현지시간)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RFK는 이날 연방의회 하원 교육노동위원회 회의에 출석했다. 백신 접종 등 청소년 건강에 관한 질의응답이 이어지던 중 야당인 민주당 마크 다카노(캘리포니아) 의원이 불쑥 트럼프의 정신 건강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예수 관련 합성 사진들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다카노 의원이 정색을 하고 “보건 주무 장관으로서 대통령에게 정신 건강 검진을 받도록 요청하겠느냐”고 묻자 RFK는 “절대적으로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제정신(sane)인 대통령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RFK의 이 같은 답변이 눈길을 끈 것은 그의 큰아버지 케네디가 다름아닌 미국 제35대 대통령(1961년 1월∼1963년 11월 재임)이기 때문이다. RFK는 케네디의 친동생이자 법무부 장관, 연방 상원의원 등을 지낸 로버트 케네디(1925∼1968)의 아들이다. RFK로선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려다 ‘내 혈육인 케네디도 정신 건강 측면에선 트럼프에 못 미친다’는 뜻으로 여겨질 수 있는 주장을 편 셈이 됐다.
임기 도중 암살을 당한 케네디는 권좌에 머문 기간이 짧아 업적이 적고, 따라서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후한 평가를 받는 인물은 아니다. 그래도 명문 하버드대를 졸업한 지성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 장교로 참전해 일본과 싸운 전쟁 영웅 출신이다. 유인 달 탐사에 도전해 훗날 인류 최초의 달 착륙부터 최근 ‘아르테미스 II’ 발사 성공까지 미국 우주 공학 발전의 토대를 놓은 것도 케네디의 공이다.
RFK는 케네디 가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오래전부터 정계 진출을 꿈꿔왔다. 2024년에는 민주·공화 양당 소속이 아닌 제3의 후보로 대선 출마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중도에 포기하고 공화당 후보이던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다. 덕분에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 RFK는 보건장관으로 발탁되며 생애 처음 입각(入閣)의 기쁨을 맛봤다.
모든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케네디 가문 사람들은 RFK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며 그를 ‘배신자’로 취급했다. 트럼프가 미 수도 워싱턴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 센터’를 자신의 이름도 병기한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개칭하자 케네디 가문 사람들은 모욕으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RFK는 이를 지지하며 트럼프를 향한 충성심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