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의 재정의…‘식이섬유 설계’ 경쟁 붙었다

국내 식품업계의 건강 경쟁 축이 바뀌고 있다.

 

켈로그 제공

당과 칼로리를 낮추는 데 집중하던 ‘저당’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식이섬유·단백질 등 핵심 영양 성분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식이섬유가 있다. 해외에서 ‘파이버맥싱(Fiber-Maxing)’으로 불리는 식이섬유 중심 식단 흐름이 국내 저당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단순 저감 제품보다 영양 균형을 고려한 제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실제 섭취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19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식이섬유 섭취량은 권장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KDRIs)’에서도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량은 약 20~25g 수준이지만, 실제 섭취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식이섬유 부족은 단순 영양 문제를 넘어 건강 관리와도 연결된다. 해당 조사에서도 비만과 혈당 등 주요 건강 지표 관리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되면서, 식사 구성 자체를 바꾸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즉, ‘덜 먹는 것’이 아닌 ‘채워야 할 영양’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소비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같은 흐름은 제품 설계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켈로그는 통곡물과 식이섬유를 강조한 저당 그래놀라를 선보이며 ‘저당=감량’ 공식을 ‘저당=설계’로 확장하고 있다. 당류를 낮추는 동시에 통귀리·통밀·흑보리 등 다양한 통곡물을 조합해 한 끼 식사 대안으로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간편식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이어진다. 풀무원 헬스케어는 통곡물을 기반으로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고려한 제품을 선보이며, 부담은 낮추고 영양 밀도를 보완한 식사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스낵 제품 역시 달라졌다. 대상웰라이프는 저당 설계를 기반으로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께 담은 제품을 출시하며, 간식을 단순 기호식이 아닌 간단한 영양 보완 식품으로 확장하는 흐름에 올라탔다.

 

베이커리 업계 역시 변화 흐름에서 비켜가지 않았다. 파리바게뜨는 ‘파란라벨(PARAN LABEL)’을 통해 통곡물과 식이섬유 중심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흑보리, 귀리, 호밀 등 원물을 강화한 제품을 앞세워 저당·고식이섬유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카페 메뉴도 예외가 아니다. 이디야커피는 일부 음료에 식이섬유와 비오틴 등을 접목해 기능성을 강화하며, 음료 영역에서도 성분 설계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단순 유행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기존 ‘덜어내는 경쟁’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이제는 어떤 영양을 어떻게 채웠는지가 제품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저당 제품이 기본이 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성분의 질과 조합까지 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식이섬유, 단백질 등 영양 설계 능력이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