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항공권에 포함된 가격인 유류할증료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부담은 물론이고 상한선 도달 이후에는 추가 비용을 자체 부담해야 하는 항공사 역시 수익성 압박이 커지는 ‘이중 부담 구조’가 형성됐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5월 발권분 국제선 항공권에 33단계 유류할증료를 적용한다. 이는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이래 최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이다. 항공사가 국토교통부 거리비례제에 따라 각 항공사에서 자체 조정을 거쳐 월별로 책정한다. 이 금액은 탑승일과 관계없이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된다.
대한항공 기준 인천∼도쿄 노선 유류할증료의 경우 중동 전쟁 이전인 3월에는 편도 기준 2만1000원이었으나 5월에는 10만2000원으로 두 달 사이 약 5배 가까이 뛰었다.
노선 중 가장 장거리인 인천∼뉴욕 구간의 유류할증료도 3월에는 9만9000원이었는데 5월에는 56만4000원으로 5배 넘게 뛰었다.
만약 대한항공을 통해 인천~뉴욕 티켓을 발권할 경우 3월에는 왕복 19만8000원의 유류할증료를 내면 됐으나, 5월엔 112만8000원을 내야 한다.
통상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MOPS)이 1갤런(3.785ℓ) 150센트 이상(국제선 기준)일 때 가격에 따라 총 33단계로 나눠 부과하며, 그 이하면 받지 않는다.
5월 유류할증료의 기준이 되는 올해 3월 16일~4월 15일의 MOPS는 511.2센트로 최대 기준치인 33단계(갤런 당 470센트 이상)가 적용됐다. 33단계가 적용된 것은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처음이다.
대형항공사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들도 5월 유류할증료를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로 52달러(7만7000원)~126달러(18만6000원)를 책정했다고 공지했다. 이는 4월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진에어는 운항거리가 1~599마일인 인천~후쿠오카·오사카·칭다오 등 노선의 유류할증료를 4월 25달러(3만6994원)에서 5월 42달러(6만2151원)로 68% 올린다.
운항거리 600~1199마일인 인천~도쿄·오키나와·나고야·삿포로·타이베이·타이중 노선은 이달 35달러(5만1803원)에서 다음 달 66달러(9만7886원)로 88% 뛴다.
가격 부담으로 인해 여행을 예약했다가 취소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5월에 동유럽을 예약했는데 취소했다” 혹은 “6월에 오랜만에 잡은 가족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이를 취소했고 당분간 여행 계획은 안 세울 것이다” 등 아쉬움을 드러냈다.
항공사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통상 항공 운임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미 최고 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된 시점에서 이보다 항공유 가격이 더 오를 경우 그 인상분은 고객에게 전가할 수 없으며, 항공사들이 감내해야만 한다.
할증료 상한 도달 이후 유가가 추가 상승하면,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