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뿌리를 내린 청년들이 꿈꾸는 세상, 지역 청년들이 바꾸고자 하는 동네, 지역, 사회이야기를 듣는 <강은선의 ‘청.바.지(청년 BY 지역)’>가 6·3지방선거를 맞아 대전지역에 출마하는 ‘2030 젊은 정치인’의 이야기를 듣는 외전 <독젊인터뷰>로 찾아갑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다시 ‘세대교체’를 말하지만 유권자의 시선은 냉정하다. ‘젊은 정치’ 자체로는 설득력이 없다. 무엇을 해봤고,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존 정치권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독젊인터뷰>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이미지 소비가 아니라 준비됐는지, 버틸 수 있는지, 바꿀 수 있는지, 말 그대로 젊은 정치인을 상대로 날 것 그대로 묻고 따지는 ‘독한 인터뷰’다. <편집자주>
길 위에는 늘 김선재(39) 진보당 대전시당 부위원장이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부터 2024년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까지 굵직한 투쟁 현장은 물론 노동자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곁과 권력 견제·감시의 자리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의 삶은 ‘길 위의 투쟁’으로 요약된다.
김 부위원장은 올해 6·3지방선거에서 진보당 소속으로 유성구의원에 출마했다.
부산에서 고교를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수재는 왜 정치에 뛰어들었을까.
그의 첫 투쟁은 서남표 총장의 무리한 개혁에 맞서면서 시작됐다.
김선재 후보는 “카이스트에 입학 후 당시 서남표 총장이 개혁을 외치면서 학생들의 자살율이 수직 상승했다”면서 “서남표식 개혁은 ‘숫자’와 ‘성과’에 맞춰져있었고 공부하고 연구하는 환경을 박살 내고 학생들의 인권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부당부정한 것에 목소리를 내던 그는 2006년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 소수정당에 후원을 하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투쟁의 맨 앞 줄에 서게 됐다.
대전 시민사회단체인 ‘대전 민중의 힘’에서 활동하던 2020년 7월, 친일파였던 백선엽 장군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이 결정되자 그의 현충원 안장을 강하게 규탄했고 운구차를 막아섰다. 2024년 2월16일 총선 선거운동을 하던 김 후보에게 카이스트 졸업식에 참석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경호원들이 대통령 차량이 지나가는 길목이라는 이유로 그를 해당 장소에서 강제로 쫓아내는 일이 벌어진다.
부조리하고 부당한 상황은 대상과 공간,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반복되는 대형 참사에도 바뀌지 않는 사회는 그를 ‘현실 정치’로 밀어넣었다.
4·16세월호 참사(2014), 10·29 이태원 참사(2022), 12·3 내란(2024), 12·29 무안공항 참사(2024) 등 잇단 대형 참사에도 바뀌지 않는 사회와 정치는 그의 의지를 굳게했다. 정권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 판단해서였다.
김 후보는 “민중운동을 하면서 답답했던 지점이 정치였다”며 “많은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치권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고 표를 위해 기득권 대리인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없다면 내가 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김 후보의 정치 도전은 올해로 네 번째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민중당 소속으로 대전 유성구갑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진보당 소속으로 유성구의원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2024년 총선에선 진보당 유성구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민주당 조승래 후보와의 단일화로 지원 사격에 그쳤다.
국회의원과 기초의원을 넘나드는 도전 체급은 유연했지만 ‘입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그의 철학은 일관하다.
한 때 정의당과 진보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이 원내로 꾸준히 진입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고 있을테다. 분명한 건 진보정치와 진보정당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은 공감하지만 실생활과 동떨어진 공약은 걸림돌이었다는 사실이다.
김 후보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선거 홍보가 미진한 부분에서 그런 시선이 나올 수 있다고 보지만 최대한 ‘민생 밀착형’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 드린다”면서 “배달의민족 수수료 낮추기 위해 자영업자를 만나 서명을 받고 정부에 제출하고 협상한 건 진보당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이동수단 확보, 보육정책 등도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에 밀리지 않는 정책을 내놨다고 했다.
그는 6월 지방선거에서 유성구 마을버스 공영화, 무료 통학버스, 노동관련 깡통 조례 개정을 공약으로 내놨다.
김 후보는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공영화를 통해 공공성을 높이고, 통학 문제 해결을 위한 무료버스 도입이 필요하다”며 “노동 관련 조례도 실태조사와 점검을 통해 실제 작동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8800억원에 이르는 유성구 예산 중 주민자치예산은 10억원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양념 수준의 예산”이라며 “구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권한 치고는 예산이 너무 적다. 주민정책모임을 활성화해 예산과 정책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초의회 무용론에 대해선 반박했다.
그는 “구의원에게는 감사권·조사권 등 다양한 권한이 있는데 문제는 권한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유성구 조례를 살펴보니 내용은 좋은데 제대로 시행되거나 점검하지 않는 이른바 ‘깡통 조례’가 많았다”며 “산업예방관련 조례와 노동인권조례 등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조례가 3년 전 만들어졌는데 이후 제대로 된 게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자치구에서 하는 조례들을 그대로 베끼는 ‘양산형 조례’였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업 예산이나 담당 공무원도 없다.
그는 “거리에서 느끼는 현실과 구의회에서의 정책 사이 괴리가 너무 크다”며 “공적인 영역에서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대전 유성 도심을 관통하는 ‘345㎸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진보당이 시민 제보를 바탕으로 공론화했다. 김 후보는 “주민 동의 없이 추진되는 송전선로는 문제”라며 “주민들은 사실상 결정 이후에야 알게 됐다. 절차적 책임은 기존 정치권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안은 기자회견과 공청회 저지 등을 거치며 확산됐고 결국 유성구청장과 서구청장이 한국전력공사에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양당구조의 한계에 대해선 직격했다.
김 후보는 “현재 양당 중심 구조로는 계파 갈등에서 비롯되는 공천 갈등 등 피로감을 높이는 모습만 보인다. 이렇게 해선 정치 발전이 어렵다”며 “다당제 경쟁 구조가 만들어져야 정책 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출마한 유성구는 4인 선거구지만 최근 이를 2인 선거구로 분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 후보는 “양당 독식 구조를 강화하는 시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진보정치가 유성구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시민과 호흡하는 정치, 그 결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