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하지만 사실은 잇몸이 튼튼해야 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이다. 2026 프로야구 시즌 초반이지만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두 개 구단이 있다. 바로 삼성과 KT다. 두 팀은 시즌 개막전 5강 안에 들 전력으로 평가되기는 했지만 초반부터 주전들이 줄부상으로 대거 이탈하는 악재를 맞았다. 위기가 닥칠 수도 있지만 두 구단 모두 백업요원들이 빈틈을 제대로 채워 주는 ‘잇몸 야구’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은 19일 LG에 0-5로 패하고, KT도 키움에 1-3으로 지면서 각각 7연승과 4연승 행진이 멈췄지만 그래도 나란히 리그 1·2위를 내달리고 있다.
삼성의 경우 시즌 초반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맷 매닝과 불펜 필승조 핵심 이호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는 비보가 들렸다. 시즌 개막 후에도 부상이 이어지며 전력 여러 곳에 구멍이 생겼다. 현재 삼성 타선엔 ‘캡틴’ 구자욱(갈비뼈 실금)을 필두로 지난 시즌 타격 3위(0.331)에 오르며 정상급 외야수로 거듭난 김성윤(옆구리 부상)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연타석 쓰리런을 터뜨린 김영웅(햄스트링)까지 대거 사라진 상황이다. 여기에 사이클링히트 대기록을 스스로 포기한 ‘낭만 야구’를 선보여 화제가 된 박승규도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은 현재 선두다. 팀타율 0.272(4위)에 팀평균자책점 4.17(3위) 모두 안정적인 투타 균형을 보이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불펜이 헐거워진 선발진의 약점을 상쇄해 주고 있다. 이날까지 시즌 삼성 선발 평균자책점은 5.55로 리그 최하위이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2.67로 리그 1위다. 타선에서는 전병우, 류지혁, 김헌곤 등이 좋은 활약으로 부상병들의 빈자리를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
KT 역시 부상병동이다. 당장 외야수 안현민과 내야수 허경민 등 중심 타자 2명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최소 몇 주간 이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내야진에 새 바람을 일으키던 류현인이 손가락 골절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공수에 큰 구멍이 생겼지만 의외로 팀은 평온하다. 외야에서는 배정대가 주전 싸움에서 밀렸던 설움을 씻겠다는 듯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고 내야진에서는 장준원, 권동진 등이 주어진 기회를 살리겠다는 듯 맹활약하고 있다.
이렇듯 부상병이 많음에도 두 구단이 잘 나가는 이유는 그 공백을 메울 탄탄한 백업 자원들을 길러냈다는 데 있다. 즉 잇몸이 튼튼하다는 얘기다. 긴 시즌을 보내려면 두꺼운 선수층이 필수이지만 이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이는 감독의 능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구단 프런트가 신인드래프트부터 2군 육성 시스템까지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들여야만 만들어지는 요소다. 삼성과 KT 구단이 수년간 노력한 결과가 이제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의미다. 선수층이 얇으면 한 시즌 반짝 좋은 성적을 냈어도 이것이 ‘왕조’를 만들 만큼 강팀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은 지난해 KIA와 올해 한화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2024년 통합우승을 일궜던 KIA는 지난해 8위로 추락했다. 간판타자 김도영을 비롯해 여러 주축 투수들의 줄부상이 있었다곤 해도 전년도 우승팀이 하위권으로 급추락한다는 것은 선수층의 문제가 분명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한화 역시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가 팀을 떠났다고는 해도 올 시즌 예상보다 더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옅은 선수층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선수층의 문제는 프런트만 탓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개 구단 중 노력하지 않는 프런트는 없다. 코칭스태프와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며 전력의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좋은 선수를 육성했어도 1군 감독이 기회를 주지 않으면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형우(삼성)와 김현수(KT)를 영입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백업 육성을 위해서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도 필요하다는 것을 삼성과 KT가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잇몸 야구가 너무 오래 지속됟다면 두 팀이 상위권 수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도 분명하다. 음식을 씹는 것은 ‘잇몸’이 아니라 ‘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