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한 뒤 직업이 바뀐 것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은 채 조난사고로 숨진 숨진 선장의 유족이 사망보험금 지급이 거부 당하자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이 면책되는 ‘위험 변경 증가의 통지 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면책권을 얻는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보험계약자 A씨의 부인 B씨 등 유가족 4명이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A씨는 2014년 5월 상해 사망 시 보험금 1억5000만원을 지급 받는 보험계약을 맺었다. 당시 A씨의 직업은 경비원이었으나 이후 ‘선박기관장’으로 직업을 바꾸고 보험사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A씨는 2022년 4월 대만 해상에서 조난 사고를 당해 숨졌고 그해 6월3일 A씨의 법정 상속인인 B씨 등은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같은 해 7월13일 지급을 거절했다. 선원의 직무상 선박 탑승 중 사고는 약관상 지급 책임이 없다는 이유였다. ‘뚜렷한 위험과 관련된 직업 등 변경 통지 의무 위반에 따른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이유도 댔다.
이에 B씨 등 유족은 2023년 3월 보험금 지급 소송을 냈다.
쟁점은 보험사가 A씨의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였다.
상법 652조 1항에 따르면 피보험자는 보험 계약 기간 중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하게 늘어난 사실을 알게 된 때 지체 없이 보험자(보험자)사에 통지해야 한다. 이 의무를 어길 시 ‘보험자가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보험사 측은 B씨 등이 통지 의무를 어겼다고 주장했으나 1·2심은 보험사가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하며 통지했고 법적 시효인 한 달이 지나 지급을 거부했으므로 계약을 해지할 효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보험사가 계약 해지 권한을 갖게 된 때는 유족의 보험금 청구 시점이 아니라 조사, 확인 절차를 거쳐 통지의무 위반이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확보했을 때라는 판단이다.
유족은 ‘선박 조난으로 익사했다’는 취지의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하며 “직무 외 일회성으로 선박에 탑승했다”고 주장했는데, 보험사로선 망인의 직업이 변경됐다는 사실조차 쉽사리 알 수 없었을 것이란 판단이다.
대법원은 “보험자가 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면 그런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보험자가 조사, 확인 절차를 거쳐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를 확보해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안 때 비로소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