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 와인의 고향 프로방스③ 다양한 로제 와인과 음식 마리아주>
프로방스와인협회 임원진 대거 방한
로제 와인과 다양한 음식 페어링 소개
“마늘 듬뿍 넣는 프로방스 메뉴와 즐겨
마늘 많이 사용하는 한식과도 잘 어울려”
최근 프로방스와인협회(CIVP)를 이끄는 에릭 파스토리노(Eric Pastorino) 대표, 브리스 에마르(Brice Eymard) 최고경영책임자, 캐롤 갱사르(Carole Guinchard)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최고책임자가 한국을 찾아 프로방스 로제 와인의 매력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한식과의 페어링을 선보여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MZ 세대 열광하는 로제 와인
파스토리노 대표는 프로방스 로제가 요즘 전 세계적으로 MZ 세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소비 와인의 30% 로제 와인이고 미국과 영국에서도 로제 와인이 10%를 차지한다고 설명합니다.
“로제 와인은 프로방스 지역적 특성과 잘 맞아요. 우리는 주로 야외에서 와인을 마시죠. 오래전부터 프로방스 와인은 밖에서 마시는 청량감 있고 시원한 와인으로 인기가 높았어요. 20세기 들어 품질 높이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했고 그런 노하우를 쌓아오다가 2000년대 들어 품질을 인정받기 시작했답니다.”
파스토리노 대표는 여러 떼루아를 반영한 다양한 스타일도 로제 와인의 매력이라고 강조합니다.
“프로방스는 마르세유와 리스 사이에 위치해 있고 개인 생산자, 협동조합, 네고시앙 등 생산자는 600개가 넘어요. 프로방스 와인은 90%가 로제 와인으로 매년 약 1억7400만병을 생산합니다. 특히 프로방스 로제는 로제 와인의 정점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어요. 이런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독특한 로제 스타일을 창조해낼 수 있었답니다. 남쪽은 지중해, 북쪽은 산맥과 맞닿은 특별한 지형 덕분에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떼루아가 공존하며 덕분에 다양한 스타일의 프로방스 로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답니다.”
파스토리노 대표는 프로방스는 마늘을 듬뿍 넣어서 만든 요리와 로제 와인을 즐기는 음식 문화가 있어서 마늘을 많이 사용하는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강조합니다. “대표적인 요리가 아이올리(Aïoli) 입니다. 마늘과 올리브유를 주재료로 만든 걸쭉한 마늘 소스 곁들인 요리입니다. 보통 데친 생선(주로 대구), 삶은 채소(감자, 당근, 그린빈), 달걀 등을 이 마늘 소스에 듬뿍 찍어 먹습니다. 프로방스에서는 금요일 점심에 온 가족이 모여 이 요리를 먹는 전통이 있어 ‘그랑 아이올리(Grand Aïoli)’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마늘과 올리브오일의 강한 풍미가 로제 와인의 산도와 미네랄과 어우러지며 밸런스를 잘 잡아주고 로제의 가벼운 바디감이 해산물과도 부담없이 매칭된다는 설명입니다.
파스토리노 대표는 마늘이 듬뿍 들어가는 프로방스 전통 요리 티앙(Tian)도 추천합니다. 채소를 층층이 쌓아 오븐에 구워낸 일종의 채소 그라탕입니다. ‘티앙’은 요리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원래는 이 요리를 만들 때 사용하는 납작한 흙그릇(테라코타)을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주로 여름 채소인 토마토, 주키니 호박, 가지를 사용하고 감자나 양파를 곁들이기도 합니다. 올리브유를 듬뿍 뿌리고 로즈마리, 타임 등 프로방스 허브와 마늘을 더해 채소 본연의 단맛을 끌어올립니다. 마지막에 치즈(파마산이나 염소 치즈)를 얹어 굽기도 합니다. 따뜻할 때 먹어도 좋지만, 프로방스 현지에서는 상온으로 식혀서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토마토의 산도와 로제 와인의 상큼한 산도가 한 몸처럼 어우러지고 타임, 로즈마리의 허브향도 로제 와인의 허브·플로럴 향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입니다. 또 로제 와인의 산도가 오일리함을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마르세유의 생선 수프 부야베스(Bouillabaisse)도 로제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구운 빵에 루유(Rouille)라는 매콤한 마늘 소스를 발라 수프에 띄워 먹습니다. 바질, 마늘, 올리브유를 으깨 만든 피스투 소스를 넣어 끓인 피스투 수프(Soupe au Pistou), 엔초비, 마늘, 올리브유를 섞어 만든 페이스트로 빵이나 채소를 찍어 먹는 안쇼아야드(Anchoïade)도 로제 와인과 즐겨 먹습니다.
다양한 한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백합, 미나리, 감태 육수, 모시조개, 홍합으로 우려낸 새우볼 조개탕, 닭고기와 두부로 속을 채운 표고버섯과 참나물, 깻잎으로 말은 돼지고기 포체타, 간장 양념으로 재운 숯불고기 갈비 미트볼 등 깔끔하고 풍미가 좋은 한식의 맛을 더욱 북돋아 줍니다.
◆대표 프로방스 로제 와인
▶도멘 오뜨, 바이 오뜨 로제(Domaines Ott By Ott Rosé)/에노테카코리아 수입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을 지닌 도멘 오뜨의 데일리 라인입니다. 복숭아, 살구, 패션푸르트의 화려한 아로마와 시트러스 제스트, 향신료의 느낌이 조화롭습니다. 그르나슈, 생소, 시라, 무르베드르를 블렌딩합니다. 구운 생선이나 바비큐, 그리고 아시아 요리와 같은 이국적인 음식과 훌륭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1896년 알자스 출신의 농업학자 마르셀 오뜨(Marcel Ott)가 설립한 도멘 오뜨는 로제 와인을 고급 와인의 반열에 올린 프로방스 최고의 로제 와인 생산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프로방스의 잠재력을 발견한 그는 필록세라로 황폐화돼 저가 와인만 생산되던 프로방스에서 고품질 와인 생산을 위한 품종을 다시 심으며 프로방스 와인의 영광을 재현하기 시작합니다. 마르셀 오뜨와 가족은 캐릭터가 다른 세 곳의 핵심 포도밭을 차례로 인수하며 도멘 오뜨만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합니다.
샤또 드 셀(Château de Selle)은 1912년 가장 먼저 인수한 곳으로, 석회질 토양에서 우아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클로 미헤이유(Clos Mireille)는 1930년대에 인수했으며, 지중해 바로 앞에 위치해 미네랄 풍미가 뛰어납니다. 샤또 로마상(Château Romassan)은 1956년 방돌(Bandol)에서 인수한 곳으로, 구조감이 강한 와인을 만듭니다.
1930년 마르셀의 아들 르네 오뜨가 고대 암포라를 본떠 디자인한 독특한 병 모양은 오늘날 도멘 오뜨의 상징이자 특허 디자인이 됐습니다.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던 도멘 오뜨는 2004년 세계적인 샴페인 하우스인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그룹에 소속됩니다. 하지만 현재도 오뜨 가족이 직접 경영과 양조를 관리하며 최고급 로제 와인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멘 드 라 가르노드, 르 쾨르(Domaine de la Garnaude Le Coeur)/비네센코리아 수입
프랑스어로 ‘심장’을 뜻하는 ‘Le Coeur’라는 이름처럼 순수한 프로방스의 향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트러스와 망고의 섬세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며, 화이트 과일류의 신선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생소 60%, 그르나슈 40%를 블렌딩하며 알코올 도수는 12% 내외로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그릴에 구운 생선, 흰살 육류, 과카몰리, 닭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와이너리와 포도밭은 중세 시대 노트르담 드 피냥(Notre Dame de Pignans) 소수도원이 소유했던 유서깊은 곳으로 1792년쯤부터 현재와 같은 와이너리의 형태가 갖춰졌습니다. 와이너리 이름 ‘Garnaude’는 갈로-로만어에서 유래한 ‘거석 유적지(megalithic site)’라는 뜻으로 실제 포도밭에서 고대 고인돌이 발견됐습니다. 패니와 앤서니 라무트(Fanny & Anthony Lamoot) 부부가 2013년 이곳을 인수하면서 현대적인 전기를 마련합니다. 이들은 세 자녀와 함께 22ha의 포도밭에서 친환경 양조 기법으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합니다.
▶샤토 데스클랑, 위스퍼링 엔젤(Chateau d'Esclans Whispering Angel)/엠에이치샴페인즈앤드와인즈코리아 수입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제 와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에 서비스 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복숭아, 멜론, 자스민 향이 풍부하며, 입안을 감싸는 산딸기와 체리 향이 매끄러운 질감을 선사합니다. 그르나슈, 롤 품종을 블렌딩하여 풀바디감과 아로마의 복합미를 더했습니다. 연어 스테이크, 로제 떡볶이, 수박 샐러드, 삼겹살 등 다양한 일상 음식과 매칭이 자유롭습니다. 이 와인은 샤또 데스클랑의 설립자 사샤 리쉰(Sacha Lichine)이 2006년 최고급 로제를 목표로 만들었으며, 현재도 로제 와인의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와이너리 셀러 구조는 12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19세기 중반 랑크(Ranque) 가문이 인수해 현재의 샤토 건물을 짓으면서 본격적인 와이너리 역사가 시작됩니다. 2차 세계대전중 독일군에게 와이너리를 점령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합니다. 여러 소유주를 거쳐 보르도의 전설적인 와인 생산자 알렉시스 리신(Alexis Lichine)의 아들인 사샤 리신(Sacha Lichine)이 2006년 인수하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로제 와인을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샤토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 출신의 양조가 패트릭 레옹(Patrick Léon)을 영입, 오크통 숙성 등 혁신적인 양조 기법을 도입해 저가 와인으로 치부되던 로제를 고급 와인의 반열에 올려 놓습니다. 이때 탄생한 위스퍼링 엔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가루스(Garrus)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제 와인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2019년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인 LVMH가 지분 55%를 인수해 대주주가 되면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 납니다.
▶샤토 미누티 엠(Chateau Minuty M)/엠에이치샴페인즈앤드와인즈코리아 수입
작은 항구 도시 생트로페 반도의 심장부에서 생산되는 가장 상징적인 로제 중 하나입니다. 복숭아와 설탕에 절인 오렌지 향이 강렬하게 나타나며, 산뜻하고 부드러운 피니시가 특징입니다. 그르나슈, 생소, 시라를 사용하며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석회암 토양 덕분에 미네랄리티가 잘 느껴집니다. 신선한 해산물, 샐러드, 돼지고기, 혹은 가벼운 디저트와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샤또 미누티는 80년 넘게 가족 경영을 유지한 곳으로, 프로방스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1936년 와인 유통업자 가브리엘 파르네(Gabriel Farnet)가 나폴레옹 3세 시대에 지어진 유서 깊은 샤토와 17ha 포도밭을 인수하며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점령 기간 방치됐던 포도밭을 완전히 새로 일궈 품질을 대폭 끌어 올립니다. 샤토 미누티는 그 품질을 인정받아 1955년 23개 샤토만 선정된 ‘크뤼 클라세 드 프로방스(Cru Classé de Provence)’에 포함됩니다. 1960년대 가브리엘의 딸 모니크와 사위 에티엔 마통(Etienne Matton)이 경영을 이어받았습니다. 모니크 마통은 오늘날 프로방스 로제 와인의 상징이 된 곡선미 넘치는 병 디자인 ‘라 프로방살(La Provençale)’을 선보였습니다. 2023년 2월 LVMH가 샤토 미누티의 지분 대부분을 인수했습니다.
▶샤토 라 뚜르 드 레베끄, 라 수르스 가브리엘(Château la Tour de l'Évêque La Source Gabriel)/비네센코리아
라임과 이국적인 과일의 신선함이 느껴지며, 입안에서는 딸기, 복숭아, 꽃향기와 시트러스 힌트가 우아하게 어우러집니다. 그르나슈, 생소, 시라를 블렌딩하며 산도는 중간 정도로 신선하고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파스타 샐러드, 구운 육류 등과 잘 어울립니다.
프로방스의 전설적인 여성 양조가 레진 수메이르(Régine Sumeire)가 만든 와인입니다. 수메이르 가문은 1933년 도멘 퐁 프레이(Domaine Font-Freye), 1958년 샤또 라 뚜르 드 레베끄(Château la Tour de l'Évêque)를 차례로 인수하며 프로방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와인은 레진 수메이르의 할아버지이자 샤또 라 뚜르 드 레베끄를 설립한 가브리엘 수메이르(Gabriel Sumeire)를 기리는 이름입니다. ‘La Source’는 샘물이라는 뜻으로 가브리엘이 와이너리를 인수할 당시, 부지 내 돌고래 분수는 수백 년간 메말라 있었습니다. 그는 인근 퐁 프레이의 풍부한 샘물을 파이프로 연결하여 분수를 되살렸는데 이는 와이너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역사적 사건을 상징합니다. 레진 수메이르는 1985년 샴페인 압착 방식을 도입해 오늘날 프로방스 로제의 특징인 매우 옅은 핑크빛(Pale Pink) 와인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개척자 중 한 명입니다.